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01.08/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오늘은 정신과 진료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너무 견디기 힘들어 4일 일찍 방문했다. 선생님도 중간에 힘들면 와도 된다고 하셨던지라.. 믿고 왔으나. 휴~~


(이건 정말 나의 입장에서의 글이다.)


"안녕하세요"


"그래.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선생님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요. 몸이 너무 아파서 왔습니다."


"어떻게 바뀌셨죠?"


"아빠 임종을 앞두고 자매들 사이가 격하게 안 좋아져서요. 언니들끼리 싸움이 나고 인연을 끊었고요. 저도 중간에 끼어 잘해 보려다가 전달에 오해가 생겨 새우등이 심하게 터졌고요."


"음~"

"이걸 내가 같은 얘기를 계속 하는데.."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 직계가족(남편, 아이)에게 또는 가정에 문제가 생겼는 줄 알았어요."


"하.. 네"


"근데 이건 아버님이 돌아가시면 다 해결될 문제라고 내가 계속 말씀드렸잖아요. 그리고 가족이지만 자매들은 이제 한 다리 건너고요"

"원인의 제공자는 아버지시니 언니들이나 환자분이 상처받은 건 딸들의 잘못이 아니에요. 저 번에도 우리 같은 얘기 했죠?"

"그냥 돌아가시면 호상이내 하고 잘 보내드리면 되고, 그전에는 그냥 일상을 사시면 된다니깐요."


(그게 맘처럼 되면 왜 힘들다고 하겠냐고요)


"아, 선생님 제가 그게 되면 여기 왔겠어요. 제가 지금 우울증 환자겠냐고요. 이성적으로 안되니깐, 아프고 고통스럽고 몸이 무너지고 죽고 싶은 거죠. 저는 이런 분쟁의 상황을 견딜 에너지가 지금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깐 내 말은 생각을 이성적으로 해서 자꾸 깨어 있으라는 거예요"


"이성적으로 각성하면 뭐해요. 몸에서 스트레스를 다 받는데요"

"저도 무한히 노려하죠. 아프고 싶은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제 몸에 증상이 바뀌었어요 선생님"

"하루종일 눈물만 나는 날도 있고요."

"이틀씩 못 자는 날도 있고요."

"24시간 잠만 자는 날도 있고요."

"하루종일 숨이 차서 죽을 거 같은 날도 있고요"

"두세 걸음 걷다가 힘이 빠져 쓰러지고요"


"뭐 밥을 안 먹나 보죠~"


(말이에요? 말밥이어요 샘^^;)


"자지 않는 한 하루에 한두 끼는 꼭 먹어요"

(속이 터져 죽을 뻔~)


"약이 안 들어요. 안정이 전혀 안되고 있어요"

"저번에도 한번 위독하실 때 이러셨어요"

"그러니깐 생각을 바꾸셔야 한다고요. 이제 그 가족들은 아버님 돌아가시기 전부터 그러는데, 장례식이나 조용히 치르겠어요?"

"그냥 안 볼 사람들이다 생각하세요"

"직계가족을 지키셔야지, 왜 자꾸 친정일에 그렇게 마음을 쓰면 안 된다니깐요"

"환자분은 너무 극단주의예요"

"적당히가 없어요. 모 아니며 도예요"

"온 마음을 바쳐서 내 가진걸 다 주고"

"그렇게 살면 안 된다니깐요"


"휴~~~~~~~"

"그럼 선생님 그럼 안 아프게만 좀 해주세요"


"그럴 방법은 없습니다"

"약은 그대로 하루 두 번에 수면제 더 드릴게요"

"하루 두 번을 먹던 세 번을 먹던 알아서 하세요"

"전 더 이상 못 드립니다"

"이 주 후에 뵐게요"


"안녕히 계세요"


이 정신과를 다니면 충고를 참 많이 들었다. 그래도 가끔 다정하실 때가 있어서 참았는데.. 정말 나랑 안 맞는다. 분명히 눈이 퉁퉁 부어 들어갔는데 열이 많이 받아 나왔다.


휴~~


마스크를 벗고 화를 빼내고 처방전을 받아 나왔다. 아니 내가 이성적 사고와 감정과 일치한다면. 그게 일생생활에 영향을 안 준다면 정신과를 왜 다니겠는가.


맘 같아서는 지나가다 군고구마 팔면 다 사다 먹으려 해드만 하나도 안 팔았다.


난 그냥 정신을 좀 차리고 싶었다. 감정을 누그러트리고 몸이 덜 아프길 바랐다. 몸이 못 일어나는데 무슨 운동을 할 수 있겠는가.


모든 희망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래도 이 깨지고 박살 나는 순간이 내 삶에 어느 부분은 거름이 되길 바란다.

아오~

ㄴㅃㅇㄱㅌ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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