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02.7/수)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그런 날이 있다. 유난히 글이 잘 걷지 못하는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이 몇 발자국 가다 말고 가다 말고를 반복했다.

왠지 뭔가를 남겨야 할 거 같은 날인데..

남겨야 할 이야기가 뭔지 떠오르질 않는다.


맞다.

마치 그 사람이 이곳에도 있고, 저곳에도 있는 그런 느낌 같았다. 익숙한 향수가 느껴질 때 떠오르는 기억. 무심했던 시간으로 내가 던져지는 느낌.

오늘은 타임머신을 타고 어딘가로 다녀오는 것 같은 날이었다.


그걸 떠올리지 못해서 나는 썼다 지웠다를 무심히도 했었나 보다.


글을 읽다 보면 생각이 삼천포로 빠지는 날이 있다. 몇 년도 몇 월로 가 있는지도 모르게 옛날 생각에 푹 빠져 있을 때가 있다. 오늘은 '허지웅 작가님의 버티는 삶에 관하여'를 읽다가 작가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부분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 나도 몰래 나의 시점으로 전환되어 나의 글로 읽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는 잊고 지내던 여러 향수가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 나의 어린 환경, 나의 성장 스토리들...


책을 읽으며 작가 시점이 나에 시점으로 전환되어 나의 글이 되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비롭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익숙한 향기에 젖어 아궁이 그을린 그리운 향내가 가슴을 적셨다.


돌아갈 수도 만져볼 수도 없는 그때 그 시절.

보고 싶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떠났고, 지금 내 곁엔 아무도 없다.

참아내는 눈물이 속눈썹에 맺혔다.


가슴에 새기면 영원하리라 믿기에

서글퍼도 너무 그리워도,

참는다.


그래야

또다시

그리워라도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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