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02.3/토)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인간의 세상은 나에 위주로 돌아간다. 또각또각 시계 안에서 세상 만물이 움직인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나를 위한 시간인 줄로 알고 있다.
알림이 울리기 전까진 매분 매초마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아무도 자각하지 못한다. 그저 시간으로만, 자연의 섭리로만 생각하게 된다.
나는 한 달 사이에 아빠를 보내고 지인 두 분의 부고를 들었다. 한 달 사이 세분이나 땅에서 발을 떼셨고 다른 생명이 땅을 디뎠다는 얘기가 될 터이다.
이렇게 내 피부로 다가오기 전까진 나는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 세상의 매 순간이 움직이는 시계 속의 톱니바퀴 안에서 순환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담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
시계는 아는 사실을 나는 모르고 있다. 그렇다고 나의 남은 삶이 그토록 궁금한 건 아니다. 다만 매호흡마다 삶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는 얘기일 뿐이다.
우리는 순간인것 같지만 사실은 매번 같은 시간이었다. 정지하지도 찰나이지도 않는 같은 순환의 시간 말이다.
그 안에서 인간들은 참 많은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사랑과 증오, 이익과 혐오등의 많은 관계들을 말이
다. 우리가 메여 아파하고 울부짖고 있다는 삶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자 안타깝고 쓸쓸한 마음이 든다.
살아봐야 얼마나 산다고 그리 많은 것들을 삶 속에 들여놓고 저울질하는 것일까.
살아봐야 얼마나 산다고 타인까지 미워하는 삶을 사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사람의 심리도.
우리들의 남은 짧은 서사도..
그러나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내가 누군가 보다 더 산다면 그 감사함으로 이해하고 베풀면 좋겠다.
내가 누군가보다 덜 살게 된다면 그 모름으로 더 나누며 내려놓고 살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의 짧은 삶이 우여곡절이 아닌 고진감래라면 어떨까.
그것보다 아름답고 값진 끝은 없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