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군의 김치 대장정

만담 해풍소

by 이음


(마늘 할아버지)

대파야 오늘 양파는 도착 안 했더냐?


(대파군)

네, 할아버지. 양파누나 중국집 들렀다 온데요.


(마늘 할아버지)

그랬구나. 김장 시작하기 전에 도착해야 할 텐데,

대파야 고춧가루 하고 쪽파는 도착했다니?


(대파군)

네, 지금 주방에서 샤워 중이에요.


(마늘 할아버지)

그래 잘했구나. 우린 일찍 씻고 나와 얼마나 좋으냐. 요즘 손님들이 김치를 안 드신단구나. 그래도 한국인은 김치인데 말이야.


(대파군)

맞아요. 안 그래도 중국 김치 때문에 위생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김치들이 모두 어려운 상황인데 또 이런 일이 터지다니.. ...


할아버지. 그 아저씨는 아무리 더워도 그렇죠. 발을 집에 가서 닦을 것이지 왜 무통에 넣고 닦았데요? 진짜 화가 나요. 분별력이 그래 없어가지고 어떡한데요. 인간들이란…

인간이 가장 못 믿을 존재가 인간인 거 같아요. 할아버지.


(마늘 할아버지)

예끼 이놈. 다 그렇지는 않단다. 이 할애비 말을 들어보렴. 논에 심은 이삭도 다 같이 여물지 않고 쭉정이가 생기지. 밭에 심은 고구마도 다 모양이 다르지 어느 것 하나 같은 고구마가 없어요. 썩는 것도 있고 잘 생긴 고구마도 있지. 하물며 사막에 사는 낙타는 또 어떠냐? 다 똑같아 보여도 똑같다고 하면 서로 기분 나빠한단다.


인간에게 모기는 해충이지만 장구벌레에게는 어미란다. 인간은 돼지를 키우고 잡아먹지? 그렇다면 돼지에게 인간이 좋은 존재겠느냐? 나쁜 존재겠느냐?


삶은 그런 거란다. 시냇가에 시냇물 같지. 거머리도 있고 송사리도 있고, 가재도 있지!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우러져 사는 거야. 그렇게 다른 채로 고이지 않고 흐르는 것이란다.


빗나가는 사람도 있고 중심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는 거지. 다만 빗나가는 사람들이 더 잘 보이는 건 우리가 같음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때론 틀린 상대를 만나도 화낼 필요가 없어요. 할애비가 금방 말했지. 시냇물 같다고. 흙탕물도 흐르다 보면 맑아진단다. 그러니 대파 너는 본질을 볼 줄 알면 되는 거란다.


(대파군)

아~

할아버지 말씀 듣고 나니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그러니깐 무통에 발 담그고 씻은 아저씨는 흙탕물인 거죠?


(마늘 할아버지)

그렇지. 아주 총명하구나. (허허허)


(대파군)

다 할아버지 덕분이에요. 김치가 되기 위한 철학 강의는 언제 들어도 재밌어요. 전 정말 유산균 많은 김치가 되고 싶어요.


(마늘 할아버지)

그래, 할애비도 기대되는구나, 대파야 뿌리 밑에 누렁 그것은 무엇이냐?


(대파군)

흙탕물요. 할아버지.(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