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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r 15. 2024

원주율데이 어떠신가요?

수달 가족의 해풍소

행복한 화이트데이 맞으셨나요?  사실 예전에도 직원들이 나눠줘서 알았지, 이런 이벤트에는 무심한 편이었습니다. 근데 또 짜장면 데이는 그렇게 좋더라고요. 좋아하는 음식이라 그런지 타당성을 내세워가며 챙겨 먹었습니다.


아이가 중2가 되어 '원소 주기율표와 원주율' 진도를 심도 있게 들어가는 거 같더라고요. 평소 아이 공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진 않습니다. 가끔 진도 나가는 정도와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는지 물어볼 정도지요.


보통 일상과 학습의 경계를 없애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등가교환의 법칙 같은 원리도 쌀알이 떡이 되는 원리와 같이 우스개 소리로 슬쩍슬쩍 흘립니다. 그러면 아이는 스트레스 안 받고 이해할 수 있어 좋고, 엄마는 열성 엄마가 못된 미안함을 조금 내려놓아서 좋습니다.


보통 어릴 때 세계지도와 한국 지도를 아이방에 붙여주잖아요. 이걸 아이방과 욕실에 13년을 붙여두어 봤습니다. 그랬더니 13년의 시간이 엄마와 학교대신 아이에게 지리를 온전히 학습시켜 주었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여기서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가끔은 욕실 거울에 꽃그림과 짧은 편지를 써둡니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이 좋아지게요.


한자 급수 시험기간이 되면 프린트를 하고 코팅해서 큰일을 볼 때 마주 보이는 곳에 붙여둡니다. 그리곤 같은 한자를 책받침으로 만들어 학교에 가지고 다니게 가방에 넣어 줍니다. 그리곤 시험을 볼 땐 항상 같이 봅니다. 엄마도 너의 어려움과 낯섦에 동참하고 응원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식의 입장은 참 좋습니다. 하나 틀리던 둘을 틀리던 자격증만 따면 상관없는데, 엄마는 아이에게 기둥이 되어 주고 싶어 웬만하면 만점을 맞으려 합니다.


어제는 욕실 벽에 원소 주기율표 1족을 적어두었습니다. 아이가 아침에 욕실을 가더니..


"나니?"

'나니, 나니' 이러며 씻길래 웃었지요. 학교를 보내고 욕실을 가보니 아들은 아는 원소를 더 적어 놨더라고요.


그러자 번득이는 생각이 났습니다. 욕실 타일 세로줄과 가로줄을 세어 보았습니다. 원소 주기율표는 세로 9줄 가로 18줄이므로 162칸이 필요했습니다. 그렇담 욕실 벽한쪽에 주기율표를 그려 넣어야겠구나!


내일 그려 놓기로 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파이를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까?

원주율이야 공식만 이해하면 되는데, 파이는 외워야 하니..


그러다 녹색창에 검색해 보니 화이트데이가 3월 14일이잖아요. 파이도 3.14가 시작이고요. 그래서 화이트데이는 원주율데이라는 거예요. 이렇게 들으니 아주 신박하게 들리더라고요.


집에서 가족들끼리 고스톱과 훌라를 자주 합니다. 점수를 파이로 먹이는 게 좋을까.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받지 않고 일상에 접목할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자녀가 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나의 기준으로 책을 해석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있으면 두 세상을 오가게 됩니다. 그것도 아이의 해는 매년 달라집니다. 엄마는 매년 다른 연령의 아이들의 세상을 동시에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합니다. 만약 외아들이 아니라 아들이 다섯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럼 난 6세대를 오갈 수 있을 테고,


지금보다 더 확 늙었을 테고,


어머나. 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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