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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r 17. 2024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3.15/금)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행복은 보물 찾기와 같다. 먼저와 나중만 있을 뿐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행복이 달 너무에 있다면 찾기 어렵겠지만 사실은 우리의 주먹 안에 있다.


반딧불이의 불빛처럼 주먹을 펴기만 하면 고요한 빛이 모습을 드러내지만, 우리에겐 행복이 있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게 문제이다.


생활이 팍팍해지면 일상은 매 순간 쫓기기 일쑤이고, 시야는 경주마처럼 좁혀지기 쉽다. 삶에 여유는 사라지고 행복이 멀리 있다 느껴진다. 그 순간에는 중력에 가속도가 더해져 고통이 배가 된다. 


그때 우리는 '포기'란 단어와 '쉬고 싶다'는 문장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이때를 잘 넘기면 삶은 연속되고 당신의 꽃밭은 만개하며 당신의 시간을 피우고 갈 수 있다.


어제 또 아까운 영혼이 세상을 떠났다. 평소 즐겨 듣던 애니메이션 성우였는데 안타까운 소식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 나라가 진짜 헬조선인가? 어떻게 하면 이렇게 아까운 생명들의 손을 자꾸만 놓친단 말인가.


내가 우울증 환자여서 이런 일에 더 마음이 쓰이는 건지, 아님 내가 태생이 이런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동생은 '언니 글 계속 쓸 거야?'라고 묻는다. 왜 그러냐고 하니 '일반인도 힘든 일을 아픈 언니가 하는게 자꾸 걱정된다는 것이다.'


한편 매우 동감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글 쓰는 거보다 재밌는 일을 아직 찾지 못했다. 기회가 되면 심리학을 배워보고 싶긴 한데, 그건  글 쓰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내 주먹 안은 행복이 가득 차 있다. 나는 주먹을 펴 행복을 보기만 하면 된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따뜻한 차를 마시는 일. 좋아하는 책을 욕심낼 수 있고. 쓰고 싶은 글을 원 없이 쓸 수 있는 자유. 가족들의 미소. 별이(고양이)의 양엄마, 소중한 지인들. 무엇하나 부러울 게 없고 난 꽤나 괜찮다고 느껴진다. 난 원래라는 말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일반인에 비해 소유욕이 원래  없는 편이다. 그 대신 의미와 과정은 매우 중요시한다.


그러니 나에게 행복이란? 루이뷔통이나 타운하우스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다. 행복은 매 순간 어디에서든 존재한다. 우리가 불행으로 덮어 열어 주지 않기 때문에 볼 수 없을 뿐이다.


당신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사람이다.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고 이끌어 주고 밀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역시 그러하므로 말이다.


그러니 제발 피지도 못한 꽃 같은 영혼들이여,

조금만 더 이 순간을 버텨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순간순간을 버티다 보면 그런 날도 있었구나!' 하는 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당신이 머문 자리에서 당신의 꽃이 피는 것을 보시길 바란다.


세상 어디에도 당신과 같은 꽃은 없고,

당신과 같은 향기는 없다.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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