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통
당신이 거닐던 꽃길에 다녀왔습니다. 당신이 흘린 마음이 있을까 숨바꼭질을 하던 때였습니다.
꽃들이 물었습니다. 당신을 아느냐고?
당신을 안다고 하니 당신에게 받은 선물이라며 마음 몇 조각을 주었습니다. 당신 얘기에 피어오른 꽃향기가 새벽이슬에 맺혔습니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예쁘다고 하고, 눈이 오면 눈이 와서 예쁘다고 한다고 자랑했습니다. 봄이 오면 새싹이 돋는다고 사랑받고 가을이 되면 수고했다고 다독인다고 좋아했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길섶에 녹아 꽃들이 만개했다고 했습니다.
꽃들에게 받은 마음이 이내 주머니에서 아프게 찌릅니다. 선연하게 떠오르는 모습에 커피를 쏟은 듯 뜨겁고 쓰라렸습니다. 조각조각 부서진 마음을 끌어안고 겨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또 살아내라는 말을 기억하며 오늘을 삽니다.
도망가지 않는 삶이란 어떤 삶인가요?
삶에 파도를 받아내는 살점이 뜯기고 아픕니다.
오늘도 해와 달 사이에 당신을 고이 접어 두고 나왔습니다. 그게 내가 하루를 살아내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