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시 반 운동에 참석했다. 모두 수원시합에 나가서 사람이 몇 명 없었다. 저런 나까지 회원은 단 두 명, 이 썰렁함과 부끄럼을 어찌나!
도착하니 호랑이 회장님이 계셨다.
"오늘도 죽었구나.."
다행히 회장님은 마비환자 재활운동을 가르치고 계셨다. 우리 수업시간이 시작되자 그분들도 치료가 끝나고 회장님도 들어가셨다.
나는 기쁨의 쾌재를 외치며 방방 뛰었다. 코치님도 웃기신 지 우리 셋은 같이 웃었다. 그러다 5분 후 회장님이 다시 들어오셨다.
"불길하다.."
"제발 오늘은 내가 아니길"
"이 회원분은 내가 맡을 테니 너는 그분 맡아"
아, 불길한 느낌은 틀린 적이 없다. 난 결국 회장님의 일대일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서 반전 대반전이 일어났다. 일대일 트레이닝은 퀄리티가 달랐다.
"아, 난 몰라서 겁먹었구나"
다시 스텝부터 원투 쨉까지 고강도의 고 스킬을 직접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회장님은 나와한 몸이 되어 주먹 쥐는 법부터 주먹이 돌아와 멈추는 위치와 시선까지 꼼꼼하게 가르쳐 주셨다. 회장님이 쨉에서 자꾸 회장님을 때려보라는데 그건 차마 못 할 일이었다. 살짝살짝 가슴에 주먹을 대기만 했다. 킥에서 회장님을 차는 것도 죄송하고 곤란했다.
하나하나 배울수록 신기하고 복싱의 세계가 좋아졌다. 역시 젊어서 종합격투기와 효도르 선수를 좋아한 이유가 있었나 보다.
일대일 강의는 그냥 수업과는 매우 달랐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시고, 모든 자세를 함께해 주시니 실력이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한 팔이 되어 펀치를 뻗으면 내가 어디서 삐뚤어지는지 어디서 굽히는지 다 알 수 있었다.
올바른 기초를 배우는 게 무지 중요했다. 왜냐면 그 하나하나의 스텝이 모여 빠르게 뻗고, 피하고, 넘어뜨리는 모든 일이 한 동작이기 때문이다. 코치님과 관장님도 자상하게 잘 알려 주시지만 그 많은 회원들을 한 동작씩 교정해 주는 건 어려운 일이다.
시계를 볼 여유도 없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다음 시간 회원분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앗싸 끝났구나"
속으로 엄청 좋아했다. 그때 회장님이 말씀하셨다.
"이쪽으로 오세요"
"봉을 정면 양팔로 잡고 오른쪽 다리를 오른쪽으로 허리 높이로 일직선으로 올리세요"
"네?"
"이렇게요?"
"네. 다리를 접었다 그대로 일자로 찹니다."
"그대로 50번 차세요"
"네? 50번을요"
"네 이거 양쪽으로 못하면 오늘 집에 못 갑니다"
나는 열심히 속도를 높여 발을 찼다.
"몸이 굉장히 유연하시네, 무용하셨어요?"
"아뇨. 집에서 폼롤러 했는데요"
드디어 양쪽 50번을 다 차고 나는 좋다고 껑충껑충 뛰었다. 회장님과 물을 마시며 얘기를 했다.
"원투가 가장 중요해요"
"기초를 잘 잡아놓으면 그다음 거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네, 회장님 전 종합격투기를 좋아했거든요. 효도르 선수 팬이에요"
"프로복서 최요삼 선수 아세요?
"그럼요"
"전 그분 팬이었거든요. 혼자 경기도 보러 다녔는데 그분 사망하시고 나선 충격으론 그 이후로는 경기장 못 갔어요"
"아, 그래요? 우리 도장에도 종합격투기 선수들 연습 다니고, 여러 명 배출했어요. 누구 , 누구, 누구"
"아, 그래요"
"전 저 샌드백 치는 소리가 참 좋더라고요"
"수업 중에 선수분들이 샌드백치면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스트레스가 팍팍 날아가는 거 같아요"
"하하. 그래요? 그럼 난 맨날 샌드백만 쳐야겠네"
"이게 정강이 부분이 착착 감겨야 이런 소리가 난다고"
"퍽"
"퍽"
난 회장님이 60은 넘어 보이셔서 다리가 부서지실까 겁났다.
"저도 나중에 샌드백 배우고 싶어요"
"집에도 아들 샌드백이 있거든요"
"하하. 그래요. 펀치도 좋고 유연하시니 잘하실 거예요"
물을 세 컵이나 마시곤 열을 다 시킨 후도 도장에서 나왔다. 그러고 보니 수업시간이 한참 오버돼서 나왔다. 일대일 코칭을 이렇게 오래 알려주시다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새로운 세상에 들어설 때마다 자꾸 삶에 욕심이 생긴다. 주어진 오늘하루만 살기로 했는데, 알고 싶은 게 많아진다. 혼란스럽다. 욕심을 가지면 아팠기에 말이다.
운동도 중독성이 있는 거 같다. 당구 처음 배울 때 천장에 당구알이 굴러다니고 각을 상상하게 되지 않은가. 그것처럼 스텝과 주먹, 어깨, 허리, 무릎 자세가 머릿속에 계속해서 그려졌다.
안 되겠다. 내 방에 전신거울을 하나 사서 나를 보면서 매일 연습을 해야겠다. 복싱이라는 세계는 모든 게 신기하고 해보고 싶은 것들 뿐이다. 글러브도 끼고 펀치도 제대로 날려보고 싶고, 회피기술도 여러 가지 배우고 싶다. 우선은 근육과 체력을 길러 스피드를 올려야 한다. 무엇이든 똑같은 거 같다. 기초가 튼튼해야 그 위에 무얼 쌓을 수 있다.
처음엔 두려움이었지만 끝에선 행운이었다.
학교식 교육에 길들여진 나는 몰랐다.
세상엔 교육의 질이란 게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