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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년 기록

운동은 날 행복하게 해준다

오늘을 씁니다

by 이음

어둠이 내리면 가로등 불이 발그스레 나를 반긴다.


"운동은 잘하고 왔어?"


"그럼. 오늘도 무지 열심히 했지"


음악을 들으며 키가 닿는 나뭇잎과 손뼉을 며 신나게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제 밤이었다. 신호가 5초 정도 남은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다리가 뛰었다. 마치 나비가 날듯이 가볍고 빨라진 나를 보고 나도 놀랐다.


"아, 뛰고 싶다"

"내일부턴 운동 끝나고 동네 한 바퀴씩 달리고 가야지"


웬걸..

이때까지만 해도 주 3회 운동이었으니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어제부터 매일 운동으로 바뀌니 연속 이틀을 나간 셈이다. 주 3회의 근육은 자리를 잡았는데 연속해서 하게 되니 근육이 또 터질라고 한다. 게다가 운동의 강도도 전보다 세졌다.


"관장님 변했어요"


"하하하, 그게 아니고 회원님 체력이 전보다 많이 좋아지셔서 저도 그거에 맞혀 강도를 올리는 겁니다"


아, 미칠 지경..

매일 한계를 넘기고 나면 다시 한계치까지 계속 올리는 게 근력운동이구나. 집에서 보통 한 시간 폼롤러를 하고 한 시간 스트레칭과 요가를 하는데도 따라가기가 벅차다.


운동시작부터 젖산분해를 위해 애플식초를 마시고 있었다. 그날은 애플식초를 텀블러에 담아 갔다. 운동 쉬는 시간에 코치님이 앉아 계시길래 장난을 치고 싶었다.


"코치님 저와 고통을 함께하실래요?"


"네? 어떻게?"


내가 웃으며 텀블러에서 애플식초를 종이컵에 따라 드렸다.


"혹시 식초 알레르기 있으신가요?"


"아뇨.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코치님 전 매일 집에서 이 식초를 먹으며 젖산과 싸우고 있습니다"

"맛이 어떠세요? 고통스러우시죠?"


"오오~"

"좋은데요. 이게 식초라고요?"


"음 이게 아닌데.."

"네, 사과식초 아니고 애플식초라고 발효식초 있어요"


"아, 좋은데요. 전 괜찮네요"


"흠, 안 되겠다. 회장님과도 고통을 나누고 올게요"


코치님이 웃었다.


"회장님?"


"네"


"제 고통을 나눠드릴게요"


"아이코 감사합니다"


"혹시 식초 알레르기 있으세요?"


"아뇨. 알레르기 없습니다"


"어떠세요"


"아, 좋네요. 이게 뭔가요?"


"에고 이게 아닌데.."

"애플식초인데요. 근육통 때문에 젖산분해하려고 먹는 거예요"


"아, 전 맛이 좋은데요"


"흐흐흐.. 그르시구나. 전 먹기 힘들던데"


"하하하하~~"


회장님이 호탕하게 웃으셨다.


원래 그런가? 운동하시는 분들은 신 걸 잘 드시나..



나의 장난은 통하지 않고 나는 다시 땀을 뚝뚝 흘리러 갔다. 어제는 회장님이 샌드백으로 뛰어오르더니 매미처럼 매달렸다. 신기하다. 저게 된다니...


도대체 젊어서 뭐 하시던 분이길래 태권도부터 못하는 운동이 없나 모르겠다. 그제 내가 식초로 장난을 쳐서 인지 어제는 회장님이 나오셔서 관장님께 말씀하셨다.


"박관장 이분 아주 세게 봐드려"

"자꾸 약하게 봐주지 말고, 알려드리면 다 하신다고"


"흐흐, 회원님 몸이 아프셔서 약하게 하셔야 해요"


그래 놓고는 강도는 훨씬 세어졌다.


운동이 끝나고 소파에 십 분정도 앉아서 코치님과 떠들다 나왔는데도 숨이 찼다. 일층에 내려와서 건물 계단에 주저앉아 다시 오분을 쭈그다 일어났다.


집에 오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재밌고 기쁘고 행복하다. 그러면서도 아프고 고통스럽고 벅차 느낌.. 시키면 시키는 데도 따라주는 몸도 신기하고 매일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도 경이롭다. 이렇게 잘 맞을 줄 알았으면 운동선수나 되는 건데.. 이번 생은 운동선수가 못됐어도 좋다. 좋아하는 걸 또 하나 찾았으니. 운동하는 시간이 축적될수록 삶에 욕심이 생긴다.


클라이밍도 제대로 하고 싶고, 스키랑 보드도 타러 가고 싶다. 탁구도 다시치고 싶고, 스쿼시도 배우고 싶다. 수상스키도 다시 타고 싶고, 서핑도 배우고 싶다.


에고 하고 싶은 게 다 운동이네..


결혼하고 다 못하게 되었던 것들을 이제는 다시 하고 싶다. 나를 찾고 다시 내가 되어가니 건강해지는 거 같다. 이미 이루어지고 있고 이루어 낼 것이다.

나를 위해서, 내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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