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에 감들이 방긋방긋 웃는 거 같습니다. 짙은 녹색 이파리들도 신나 보이고요. 가을볕에 기분 좋게 태닝 하는 감들이 예뻐서 찍어왔습니다.
탐시런 감덜
오늘은 올해 어머니 폴리스 마지막 날입니다. 이젠 정말 끝이에요!
야호, 씬납니다~
어찌나 홀가분한지요.
점심도 아주꿀 맛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몸과 정신 중에 뭐가 더 중요하냐고 물으면 몸이 먼저라고 하잖아요.
저는 지금 둘 다 겪고 있는데요.
그 무엇도 우위를 따질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백신 후유증으로 우울증이 왔어요. 그 우울증이 오래되어 전신만성통증으로 퍼졌고요. 우울증의 증상은 아주 다양하거든요. 전 말초신경까지 다 아프고, 붓고, 이런 여러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났어요.
그때도 간혹 안 아픈 날은 정신도 멀쩡했습니다. 통증으로는 죽고 싶었지만, 마음이 아파 죽고 싶은 심정은 전혀 아니었으니깐요.
전에 다니던 병원은 차도가 없어서 정신과를 옮겼습니다. 그리곤 증상에 맞는 약으로 계속해서 바꿔보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몸에 통증은 완전히 사라졌어요. 전 정말 살 거 같았거든요.
근데 통증을 없애주는 약이 양날의 검인지라 효능도 좋고, 부작용도 매우 높은 약이었습니다.
이 심발타라는 녀석은 통증은 없애주고, 마음은 병들게 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면 드라마에 나오는 우울증 환자들의 모습은 마음이 아픈 우울증입니다.
몸이 아픈 우울증일 때는 드라마에서 표현하는 우울증의 묘사가 의문스러웠어요. 전 죽을 만큼 아프지만 유쾌한 사람이었거든요.
드라마에서 나오는 우울증은 마음이 아픈 우울증을 표현한 거더라고요. 어두운 걸 좋아하고, 창문을 닫고, 소리와 빛에 예민한 모습이요. 그 현상은 실제 제가 지금 겪고 있는 증상이기도 하니깐요.마음 우울증이 심할 때는 실제로 이렇게 다 차단을 해야 안정감이 들기도 합니다. 무조건 햇빛으로 끌고 나오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마음과 몸이 같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변화를 주는 게 좋은 거 같습니다.
(물론 저의 경우입니다. 임상 결과는 무수히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
이때부터 내 마음은 내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은 매우 혼란스럽고요. 알 수 없이 마음이 썩은 호박처럼 문드러져 버리기도 합니다. 또는 갑자기 휑하고 사라져 버리기도 하고요. 그러면 빈 몸에 영혼 없는 좀비가 되는 느낌이 듭니다. 마음이 숨은 자리엔 공허가 들어와서 이성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이성이 흔들리면 자아도 숨어버리고요. 그때부터 심각한 자살충동과 번뇌가 반복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잠깐 괜찮은 상태입니다.
기록해 놓지 않으면 무수히 많은 감정과 의식들의 흐름을 잃어버릴 거 같아서요. 그리고 심발타나 다른 우울증 약을 복용하시며 저와 같은 현상을 겪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울증은 기본적으로 불안장애 안에 속합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늘 자기 검열을 심하게 하게 됩니다. 불안을 동반한 일상을 지속하게 되니깐 모든 일상을 다시 확인하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는 거지요.
-내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이성이 정상인가? 망상인가?
-호전과 악화가 반복될 때마다 피해 주지 말고 그만했으면 좋겠다.(죽고 싶다와는 다릅니다. 그냥 지쳐서 전원을 끄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혼란과 의식에 장애가 옵니다. 저도 지금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블랙아웃도 오고, 가끔 정신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하고요. 그러면 마음이 잠시 들어와 편안히 머무릅니다. 이 잠깐에 평온이 없다면 우울증은 견딜 수 없는 불치병일 겁니다.
저는 지금 운동도 열심히 하며 버텨보려고 애를 쓰지만 심발타라는 약은 1년에서 2년은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점차 줄여나가야지, 그냥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몸이 아플 수도 있고, 진짜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거죠.
우울증 환자들은 두 가지 마음이 듭니다. 스스로 떠나서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와..
이러다 가족도 사랑하는 사람들도 다 잃을까 봐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도 세상이 엄청 아름다워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삶에 큰 미련이 있는 것도 없고요.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
소중하고 아끼는 사람들..
오로지 그것 외에는 이번생을 버틸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 또한 저의 인생에서 지나가는 하나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육체와 정신을 다듬고 다지고 가는 시간이겠죠. 모두가 같은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없듯이, 제가 지나가는 길도 남과 비교할 일은 아닙니다.
그저 오늘 이 길이 맞는지, 아니면 돌아가야 하는지 늘 의식하고 표시해 둘 뿐입니다. 그래야 새로운 길의 지도가 그려질 테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