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요란스러운 모닝콜을 울리는 당신은 누구인가? 잔디 깎는 소리로 일어나는 건 내 또 처음이라 몹시 당황스럽다.
일요일 아침에 잔디 깎는 그대가 너무한가?
이 시간에 자고 싶은 내가 게으른가?
처서가 지난 지 언제인데 모기 주둥이는 목검으로 변장하고 돌아왔다. 더 큰 덩치에 검은색 갑주를 입고 쳐들어와 어젯밤 우리는 한바탕 전쟁을 치러냈다.
끝내 전기채가 승리를 이뤘기에 몇 시간 잠들었더니, 잠이 부족한 내게 알람을 울리시는 이웃.
그대?
잠이 다 깨고 나니, 다 깎았는지 조용해졌다. 흐흐.. 그렇다. 계속 깎아대며 이웃들의 미움을 받을 걸 안 것이다.
소란스러운 아침이다.
아들이 아침상을 치우며 식탁 닦을 물티슈로 자기 눈을 닦고 식탁을 닦았다.
"그러다 식탁에 눈이 생기면 어쩌려고 눈을 박아줬어?"
"식탁이 이제 아무거나 못 올리게 하면 어쩌려고?"
"엄마 원신에 천수백안이라는 말이 있어 "
"천 개의 손과 백개의 눈이라는 말인데, 이제는 두 개의 눈으로 사는 세상이 아녀"
"그려? 그래서 세수 안 한 기름 눈을 닦은 그걸로 상을 닦은 거야"
"그렇지!"
"우~ 상식에 사로잡히지 마"
"한마디로 물티슈 하나로 세수도 하고, 상도 닦고 좋다는 소리지"
"흠.. 그렇구나!"
"다행히 엄이 상식이 없어 다행인 줄 알아라"
"당연하지,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지.."
"엄니에게 상식이 부족한 것을"
"이 눔의 시키 매를 벌지..."
"호다닥.. 이리 안 와?"
장난치던 아들이 자기 방으로 도망쳤다.
투닥거리다 보니 열 시가 넘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누웠는데..
아들이 말한 천수백안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같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손과 눈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을까? 한 사람에게 있는 능력은 아니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특별한 힘인 건 맞다. 보고 만질 수 있는 귀한 능력 말이다.
내가 없는 곳에서도 나는 세상의 눈으로 밖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내가 움직일 수 없는 순간에도 나는 그대의 눈과 손으로 가을을 보고 만질 수 있지 않은가.
아침에 잔디처럼 말이다.
세상엔 내 손이 닿지 않아도 느끼게 해 줄 많은 그대들이 있어 다행이다.
나는 그대 덕분에 투병 중에도 꽃을 보고, 세상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오늘 밖은 조금 서늘해 보인다. 그대가 따습게 입고 나섰으면 좋겠다. 가을바람이 퍽도 변덕스러우니 말이다.
그대가 시간이 된다면 따뜻한 우유와 시나몬 빵을 대접하고 싶다.
꽤 괜찮은 궁합인걸 많은 사람들이 모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