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 Oct 18. 2024

감기와 우울증의 콜라보

오늘을 씁니다

나는 월요일부터 지금까지 딱 죽었다 어서고 있다.

아들이 저번주에 학교에서 감기를 데려와서 가족들끼좋다고 나눠먹었다. 아들은 저번주 금요일에 병원을 다녀왔지만, 우리는 주말부터 차례로 아팠다. 결석 아이들이 많다고 하는데 학교에 감기가 심하게 유행인가 보다.


나는 월요일에 운동을 가고 여태껏 못 가고 있다. 운동을 갔더니 같이 다니는 짝꿍이 말했다.


"언니 어디 아파요?"

"쓰러질 거 같얼굴이 하얗게 질렸어요"


"아니. 그냥 컨디션이 좀"


또 관장님이 와서 물었다.


"어디 안 좋으세요. 운동하실 수 있겠어요?"


"네. 온 김에 하는 데까진.."


"네 천천히 하세요"


"네~"


내심 감사했다. 내가 이곳에 존재하고 있구나!


그 뒤로 코치님이 오셔서 속삭이며 말했다.


"어디 아프세요? 무슨 일 있으신 거예요?"


나도 모르게 진심을 말해 버렸다.


"마음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가슴이 아프네요"


코치님은 공감능력이 좀 있으시고, 관장님은 챙기기를 잘해주신다. 코치님이 말했다.


"아이고..


어쩌시다가...



마음이 어디로 갔을까요...."


쉽게 대답을 못하는 코치님의 흔들리는 눈빛이 위로가 되었다.




이제 운동을 시작했다. 그날은 누워서 하는 근력운동으로 시작했다. 개구리 같은 위아래로 움직이는 자세부터, 제자리 개구리자세로 점프, 그 자세에서 점프하고 손뼉 치기.. 등등


눈을 감고 식은땀으로 세수를 하며 어찌 되는지도 모르고 하라는 데로 흉내를 냈다.


그리고 샌드백 시간이 왔다. 글러브를 끼러 가는데 관장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나를 가리키며 회원님은 내가 상대 맡을게 너는 다른 분들 봐드려.


"오우, 좀 봐주시려나보다. 감동!"


펀치 공격, 회피, 미들킥, 로우킥을 차례대로 차기 시작했다. 한쪽당 미들킥 300회, 로우킥 300회는 한 거 같다.


보통 샌드백은 한쪽이 잡아주고 한쪽이 치는 편이라 번갈아가며 한다.


내 차례가 끝났다.


"자 자리 바꾸고 다시 로우킥 한 다리마다 30회씩 5번"


"네, 이번엔 관장님 차례죠~  "

"관장님이 자리 옮기실게요"


"아뇨. 흐흐. 회원님"

 "회원님은 그대로 계속 치실게요"


잡아줄 때 잠깐 쉴 수 있어 버티는 강한 운동인데 나는 망했구나~


펀치와 킥을 얼마나 쳤는지 손등과 정강이에 멍이 보라색으로 생겼다. 발은 다 까여 피가 나고, 헤어진 휴지 같은 나는 관장님의 극진한 사랑 덕분에  더 훨씬 만신창이가 되었다.


"하는 데까지 하라더니, 믿을 사람을 믿지. 관장님 미워"


소심이가 속으로 말을 하며 겨우겨우 일어났다. 나오는데 짝꿍 동생이 따라 나왔다.


"언니 무슨 일 있어요?"


"응. 우울증일 때 체력이 달려서요"


"그렇구나. 근데 어디 사세요?"


"나 요 밑에 땡땡초등학교랑 공원 앞에"


"어머 나도 거기 사는데.."


그 동생은 매일 퇴근하고 오느라 운동 끝나고 아이들  김밥을 사러 가서 같이 가는 건 처음이었다.


땡땡초등학교 앞에 도착했다.


"여기서 어디로 가요?"


"언니 전 공원아래요. 직진이요"


"대박, 우리 무지 재밌다. 관장님은 편의점 옆으로 한 달 전에 이사 왔데요"


"지금 자기랑 나랑 관장님이랑 초등학교, 편의점, 공원을 놓고 T자 모양으로 100미터 거리에 사네요"


"정말요? 난 몰랐어요~"


"그렇죠. 나도 운동 끝나고 관장님이 집에 가신다는 데 자꾸 나랑 같은 길로 가길래 그때 알았어요"


"우리 셋다 세븐일레븐 단골일 거 아니야"

"나 그래서 체육관 갈 때도 생얼이지만 아무리 부스스해도 모자는 쓰고 나오잖아"


"아.. 크. 웃긴다. 진짜 옷은 똑바로 입고 나와야겠어요"

"수면잠옷 입고 다니면 안 되겠다"


"글치. 운동복이라도 입어야지.."


"언니 또 언제 올 거예요?"

"저번주도 언니 토요일에 온다래서 왔는데 없더라고요"


"미안해요. 내가 그때 아팠어요"

"이번주는 주중에는 확실히 못 갈 거 같고, 웬만하면 토요일은 가보도록 할게요"


"네. 그럼 언니 토요일에 봐요"


이렇게 헤어지고 오늘이 벌써 금요일이 되었다. 나는 아직도 항생제를 먹고 있는데 갈 수 있을까?


마스크 끼고 펀치를 치면 땀이 더 나겠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운동을 쉬었더니 몸이 너무 찌뿌둥하긴 하다.


하루가 참 빨리 간다. 집에 돌아올 시간인데 놀러 나간 긍정이는 소식이 없다. 불안이만 두고 가서 덕분에 나만 감기와 불안이를 케어하고 있다. 


긍정이는 늘 밖에서만 즐거워서 탈이다.

주인 마음에 불났는지, 비가 오는지도 모르고~




매거진의 이전글 고통은 고통으로 이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