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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Oct 11. 2024

고통은 고통으로 이긴다

오늘을 씁니다

어제도 운동을 다녀왔어요. 어제 쓴 글을 보니 이 아주 건강하더요. 우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이 그냥 아프고 졸리기만 한 본능의 글.


그 와중에 기록을 한다고 눈으로 적은 거 보니 내가 기특어요.


크큭.

나를 칭찬해 칭찬해~

하루한자라도 쓰는 게 중요하니깐.


어제도 육관에서 기어 나더랬죠. 그래서 그런지 근육통이 주인인지, 내가 주인이지 모르게 치열한 고통의 전쟁을 치렀습니다. 얼마 전 관장님께 이런 질문을 렸어요.


"관장님 전 다닌 지 두 달 정도 됐는데 아직도 근육통이 있어요. 얼마나 더 다녀야 근육통이 없어지는 거예요"


"근육통은 평생 있습니다"


"네? 말도 안 돼. 관장님도 근육통이 있어요?"


"그럼요. 이렇게 생각해 보시면 돼요"

"매일 스쿼트백개 하면 백개만큼의 근육이 생기는 거죠. 그럼 일정 수준이 지나면 스쿼트 100개일 때는 근육통이 이제 없어지죠. 근데 만약에 100개 하던 사람이 110개로 늘렸어요.  그럼 100개의 근육만 있었는데  한계를 넘은 거니 다시 10개의 근육통이 생기는 거죠."


"헐, 그 관장님은 선수셨는데도 근육통이 있다는 거예요?"


"그럼요. 운동을 늘 한계만큼만 하느냐, 한계를 넘어서느냐 그것의 차이죠"

"개인의 선택이지만 운동은 늘 한계보다 하나 더 하는 게 좋아요"

"근육과 체력 만들기는 힘들고 오래 걸리는데 무너지기는 쉽거든요"

"그러니 늘 한계 이상으로 해야 겨우 한계 유지하게 되는 거죠"


"아오.. 골치 아포라."

"끝이 없단 말씀이시네요."

"잠깐 두통약 좀 먹고 올게요"


꼴깍꼴깍~


"관장님 전 집에 가면 근육 뭉친걸 다 풀어주거든요"

"굳은 가래떡으로 가서 다시 말랑 말랑하게 풀어온다는 거죠"

"근데 아무래도 이게 문제일까요?"

"어떤 사람이 그러는데 풀어주니깐 계속 뭉치는 거라고, 굳은 채로 있으면 그거에 적응이 돼서 일정시간나면 안 아플 거라는데요. 왠지 설득력이 있는 거 같아서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풀어주시는 게 아주 잘하고 계신 거예요. 예를 들어 물이 얼었어요. 그 얼음에 충격을 가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 깨지겠죠?"


"그거예요. 이미 단단한 거에 또 운동을 하면 근육도 일정이상 지나면 다쳐요. 찢어질 수도 있고, 끊어질 수도 있고요"


"그러니 매번 풀어주고 다시 운동을 하는 게 맞아요"

"풀어준다고 해서 운동한 게 없어지는 거는 아니니깐요"

"아, 그렇구나. 전 제가 자꾸 근육을 풀어서 알통이 다시 기는 줄 알고 걱정했거든요"


"잘하시고 계신 거예요. 그렇게 계속 풀어줘야 다음 운동 효과도 더 잘 나올 수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운동을 다니며 새로운 용어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다. 이쪽 세계만에 리그에서는 먹고사는 문제나 세상문제 끼어들 틈이 없다.


다들 자기만에 시간에 충실하며, 바깥이 아닌 자신을 가장 많이 바라본다. 운동할 때만큼 내 몸을 깎고 자르는 시간이 있을까.


거울을 계속  골반이 빠지는지, 다리가 돌아갔는지, 온몸 관절을 정비한다.


운동을 할 때는 몸의 뇌를 쓰게 된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몸으로 기억하듯이 말이다. 그러고 보니 글을 쓰는 뇌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이건 다른 글에서 써봐야겠다.


몸에 뇌는 정직해서 땀한방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더워서 나는 과, 매운 음식을 먹어 나는 땀과 질의 차이가 있이 말이다.


난 거울을 보며 로우킥이나 미들킥을 찰 때 희열을  느낀다. 머리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잘했다고 응원해 주는 거 같기도 하고, 나 자신에게 자신감이 생기는 거 같다.


정말 웃긴 건 이제 뚱뚱하지만 않다면 웬만한 남자는 겨뤄 볼 만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싸운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부당한 일만 아니면 난 부딪히는걸 극도로 싫어한다. 겁이 많아서 저녁 약속도 안 잡는 내가 조금씩 겁이 사라지고 있다. 내게 엄청난 발전이다.


물론 겁이 사라지는 대신 나는 집에서 속으로 '끙끙 앓고 산다' 설거지하고 자고, 밥 먹이고 자고, 빨래 돌리고 자고, 청소기 돌리고 잔다.


거의 24시간을 하나의 일을 하고. 한 번씩 잔다. 잔다보단 기절한다가 맞을 거 같다. 그러다 보니 우울이나 불안이 게 머무를 시간이 없어지고 있다. 정말 글 쓸 시간도 겨우 내고 있다.


왜냐면 졸리기에~ 


눈만 뜨면 스트레칭해야지, 스쿼트 해야지, 집안일해야지. 진작 이렀더라면 태선수촌을 갔지 않았을까 싶기도 ..


아휴.,

암튼 할말하않이다. 자다 깰 때마다 쓰다만 글이 수두룩한데 이어 쓸 엄두 안 난다.


때론 고통이 고통을 없애주는 게 맞다.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해서 기우기도 힘들 지경이나름 쓸만한 근육으로 대체해 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가 자다가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느 뺨을 맞을래?"


휴..


"아직 덜 맞은 뺨이요~"


나는 맞은편 뺨을 내놓고 매일 승부차기 중이다.

나의 한계 치달으면 단련에 단련 버티고 있다.


틈만 나면 나보다 세다고 건방을 떠는 우울이 이 눔을 암바로 피니쉬 걸 이길때까징!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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