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은 꿈을 꾼다. 천사들의 세상에서 오로지 사랑만 존재하는 천국인 세상. 경쟁도 없고, 규칙도 없이 모든 것이 선으로만 가득 찬 세상. 난 그런 세상에 살고 싶다.
그곳에는 질병도 없고, 고양이와 인간도 친구이고, 꽃들도 기지개를 켜고 눈을 뜨는 아침을 맞는다,
피곤한 딱정벌레는 나무에 매달려 침을 흘리며 늦잠을 자고, 잠자리 부부는 지나가는 사람 어깨에 앉아 아침 인사를 나누는 곳. 소와 염소가 풀밭에서 데이트를 하고, 애기와 나비가 함께 날아다는 세상. 난 그런 세상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세상은 녹슬고 파괴되고, 인간의 욕망으로 종말과 마주한 세상. 인간들은 서열이 있고, 동물과 인간에 격을 달리하는 잔인함이 있다. 오로지 먹이사슬에 의한 죄책감을 회피하도록 가르치는 세상. 서로가 피를 흘리게 하고 피를 마시는 역겨운 지옥. 그곳이 지구이다. 만약 지금 세상이 게임의 버그라면 얼마나 좋을까? 매트릭스 속의 바이러스들의 출연으로 소프트웨어 안의 카오스이길 희망한다. 그렇다면 세상에 일어나는 수많은 범죄와 악들을 오류로 이해하고 안심할 텐데.
그래서 난 자주 내가 실존하는 인물이 아닌 신의 영화 속에 어느 마을에 이씨 아줌마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공상을 하다 보면 지금의 힘듦도 조금은 가벼워지고, 미운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이 꼭 손에 닿아야만 사랑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어지기에 애도의 상처는 더 이상 상처가 아닐 수 있게 된다. 아빠도 엄마도 같은 영화 속에 같은 그래픽 카드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다른 순간에 찍혀 있을 뿐 우린 본래부터 한 편의 영화리라. 좌표의 이동만 있을 뿐 이별은 아니기에 안심하고 살 수 있었을 테다.
11월이 되니 벌써부터 모임 연락이 많이 온다. 이 모임들도 다 다른 프레임일 거라 생각한다. 막상 간다 했다가 못 가게 될까 염려가 되어 고민이 많다.
지금 예약해 둔 모임이라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갑자기 올해 정산을 좀 해보고 싶어 진다. 이룬 것과 못 이룬 것. 그리고 진행 중인 것과 포기해야 할 것.
나이가 드니 더 욕심이 없어졌다. 본래도 갖기보다 놓는 성격인데.. 이젠 더 쥐고 싶은 게 몇 가지 없다.
살며, 살아가며 일어나는 모든 일이 영상이라면 가능치 못할 것도 없고, 이해치 못 할 일도 없어 보인다. 딱 한 가지 꼭 잡고 가고 싶은 게 있는데, 내가 제작자가 아니라서 이루어질지 모르겠다.
"저기, 오라클 이번 편엔 내 소원이 이루어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