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 아시죠?
거기서 보면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고 싶어 한 이야기 있잖아요. 호랑이는 뛰쳐나가고, 곰은 동굴에서 마늘만 먹고 여자가 되었지요.
어쩐지 제가 마늘을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생으로 통으로도 잘 먹고요. 쪄먹고. 구워 먹고, 튀겨먹고, 마늘버터도 만들어 먹고요.
다르게 말하면 한마디로 곰이라 둔합니다. ㅜ ㅜ;
요 며칠 공황 말고도 은근히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 삭신이 쑤시고 찌뿌둥하고 몸살처럼 열도 나고요. 근데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팔뚝에 보라색 멍이 있는 거예요!
며칠 전 아들이 일진들하고 붙을까, 방어와 공격을 알려줬거든요. 샌드백 대신 실전처럼 저를 치라고 했어요. 이미지를 그려보고 제압을 해본 것과 배우기만 한 건 실전에서 완전히 다르거든요. 분명히 그때는 안 아팠는데 지금 보니 온몽이 멍 투성이입니다.
아~~
웃기고 재밌고 한편으론 좋습니다. 웃긴 건 제가 아직도 이팔청춘인 줄 알고 남편한테도 치라고 하고, 아들한테도 치라고 한 게 웃기고요.
언니들이 봤으면 전 미쳤다고 등짝을 엄청 맞았을 거예요.
또 재밌는 건 전 왜 이리 둔할까요? 며칠을 아팠는데 그걸 꼭 멍으로 보고서야 알게 됐으니 말이에요.
좋은 건 아이도 남편도 물주먹은 아니구나 싶어서 안심입니다.
암튼 삭신이 다 아픕니다. 이제 실전은 그만둬야겠습니다.
남편이 어제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항상 감정이 온화해, 감정에 변화가 없어"
"근데 불의를 보면 다혈질이 되는 거 같아"
"내가? 내가 이번 말고 언제 미쳤었는데?"
"응. 이번에. 이번에 그랬지"
"15년 동안 처음이 자나?"
"그렇지, 그러니깐 더 무섭지. 앞으로 그럴까 봐"
아이고, 세상 걱정 없으신 분이 15년 만에 한번 화냈다고 무섭다니요. 전 너무 억울합니다..
할많하않이지만 어쩔 수 없지요. 한 번이라도 화낸 건 낸 거니깐요.
세상에 그냥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파이팅 했으니깐 아픈 거고요. 곰이었으니깐 개떡이라면 환장을 하고 사다 나르고요. 쑥국이 먹고 싶어 집에 호미를 두는 집은 드물 테니깐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결국은 제가 살 못 빼고 뚱뚱한 것도 다 전생 탓이지요~~~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