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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년 기록

비가 오네요

오늘을 씁니다

by 이음

새벽부터 비가 오네요. 빗소리가 듣기 좋은 시간입니다. 오늘은 우산 챙기시고 따뜻한 가디건도 속에 입으셔야겠어요.


눈을 떴을 때 아주 잠깐 호흡이 괜찮았어요. 그것도 아주 잠시. 어제에 이어 다시 숨참이 시작되네요.


몸이 나아지는 데로 보건소에 가서 생명연장거부 신청을 하고 와야겠어요. 이렇게 사는 건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고, 내 삶도 너무 비극적인 거 같거든요.


내 몸이 시간이 다 됐다고 한다면 가야지요. 굳이 의료진에 힘으로 산소마스크로 버티기를 원치는 않습니다. 사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삶까지 산다면 비극에 비극을 더하는 연극을 찍는 삶이 될 거 같거든요.


병 때문인지 모르지만, 전 저의 삶이 이제 얼마 남아있지 않다고 느낍니다. 그전에 세상에 받은 은혜를 다 갚고 가야 할 텐데. 미루고, 놓치고 가는 게 많습니다.


어젠 거의 의식의 반은 있고, 반은 없는 묘한 상태였어요. 쉽게 말해 하루종일 숨이 쉬어지지 않는 상태였죠. 그러니 시체처럼 누워서 잠든 것도 아닌 것도 아니었어요.


티비도 음악도 아무것도 듣고 싶지도 들리지도 않았어요.

그저 숨만 쉬어지길..

그러다 까무러지고,

또 잠시 생각이 돌아왔다가 까무러지고..


하루종일 세 가지 정도 생각을 한 거 같아요.


"그만 가야겠어요."

"미안하고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그게 하루 의식에 다예요.

삶이 삶으로 영속되지 못하는 고통은 극복하기 매우 어렵네요.


제 폐에도 겨울비가 내려서 과열된 부분을 식혀줬으면 좋겠습니다. 일반인처럼 숨좀 쉬고 살게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희망을 걸어봐도 될까요?


"넌 산소가 부족하지 않으니 염려 마렴"

"너만이 널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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