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내렸어요. 암흑 같은 나의 세상에 희망을 주듯이요. 나뭇가지 사이 소복이 내린 눈들이 차분히 사람들의 소원을 듣고 있네요.
이젠 숨이 반은 쉬어집니다. 물 마시러 일어나는 거 이상은 힘들지만요.
어젠 정신과 문 열자마자 다녀왔어요. 주치의 선생님 앞에서 얼마나 펑펑 울며 이야길 했는지 몰라요. 그때 알았어요. 내가 아픈 이유를요.
아들 불안장애가 심해졌어요. 학교라는 공간이 불안하고, 아이들만 봐도 초조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전쟁 같은 시간이 트라우마처럼 떠오른데요.
아들 다니는 정신과에서 기간을 알 수 없음의 진료요함 진단서를 끊어 2학기 방학 전까지 병과를 냈어요. 결석이죠. 3학년 진학은 2학기 쉬는 동안 자퇴를 할지 어쩔지 생각해 보기로 했고요.
물론 아들에게 저는 씩씩한 엄마였고 여유롭고 개방적인 사고의 엄마였어요. 늘 들어줬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방향성을 찾고 아이를 안아주었어요.
근데요~
제안에 저는 너무너무 나약하고 두려운 엄마였더라고요. 참 많이도 속을 끓였던 거예요. 찾아보니 학생들의 자퇴가 늘고 있는 추세래요.
근데 여기서 역치가 있어요. 예전에는 비행하면 정학, 퇴학을 당하고 전학을 보냈는데.. 이젠 선생님의 권위가 사라지며 징계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학교가 할렘가가 되어버린 거죠. 그래서 문제학생들이 점령하고 모범생들이 자퇴하는 형국이더라고요. 맘카페를 가보니 학교 잘 다니고 모범생인 내 아이가 왜 오히려 학교를 나와야 하냐고 억울하다는 엄마들이 많았어요. 그 글을 읽는데 저 또한 명치를 때렸습니다.
지금 자퇴하는 아이들은 이렇습니다.
1. 모범생
2. 외톨이 학생
3. 비행가출학생
저희 아이도 속으론 3학년 진학을 원치 않는 거 같아요. 물론 수용하겠지만 부모로서 아픈 건 사실이에요. 가슴이 찢어지는 거 같습니다. 아이의 아픔이 전해지는데 순간순간 티를 안 내느라 제 속은 미칠 노릇인 거죠.
그런 생각을 했어요. 우리 애도 비행 애들 눈치 보고 슬슬 피해 다니고 학교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왔소갔소나 하면 안 될까? 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야 하고, 하고 싶은 공부를 꼭 해야 하나.
근데 전 그 애가 아니니깐요. 그 아이가 제가 아닌 인격체란 걸 인정해야 했어요.
그게 가슴에 크게 얻혔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숨이 안 쉬어지고 억울하고 억장이 무너졌던 거였어요. 정신과 선생님께 털어놓기 전에는 저도 제 마음을 몰랐습니다.
어제오늘 아이는 친구들이 하교하면 밀린 시험을 보러 학교에 가요. 그것도 불안해서 아빠가 차로 데리고 가고 교실까지 같이 가주고 있어요.
전 이해가 안 갑니다.
아이는 이 와중에 자긴 결석으로 진도도 안 나간 범위를 시험 보는데 잘 보겠다고 공부를 하고 있어요. 맘도 힘든데 대충 찍고 오면 될걸..
모르는 건 시험지에 편지나 쓰고 올 일이지. 뭘 저리 힘들게 사는지요. 저랑 달라도 무지 달라요
뭘 그리 진지하게 살까요? 제 자식이라도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이젠 회장도 않나 간다면서 행동은 하나 변한 게 없어요. 방과 후 시험만 보러 학교를 가는데 왜 교복을 갖춰 입고 가는지요. 대충 트레이닝 입고 가면 될 것을..
다른 시각에서 보시면 제가 아들 자랑하는 거 같으시겠지만, 저처럼 얼렁뚱땅 자유로운 엄마에겐 이런 아들이 참 많이도 힘든 아들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기다려 주는 건, 우열 없이 힘든 일이거든요.
저의 알약들이 십 미리가 이십 미리로 두 배씩 커졌습니다. 물론 더 맛도 없어졌고요,
워낙 크게 앓아 그런가 탈수된 몸이 회복되는데도 시간이 걸리려나 봅니다.
제가 이틀 아팠더니 저희 집은 찰리와 쓰레기공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 알뜰히도 어지른 거 있죠. 네발과 네 손들에게 부라보를 외쳐 봅니다.
저녁에는 속시원히 후딱 치우고 싶네요.
그러려면 숨통아 이왕 열린 거 뻥 시원히 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