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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리뷰런치

그리움의 문장들

사람에 닿다

by 이음

바닷가 우체국에서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이 미친 그리움이 절판되어 서운한 독자들과, 그리움에 갈증 난 사람들에게 왔습니다. 작가님이 지은 ‘그리운 밥, 찐 산수유, 벚꽃 무침’을 전하려고 후기를 남깁니다.

그리움이 독거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움에 종사하고 있으며 우표 대신 해당화 꽃잎을 붙이고 파도 무늬로 소인을 찍어 보냈다고 합니다. 갈매기 소리가 들리면 우편배달부가 왔는지 아시면 됩니다.


「그리움은 보고픔과 기다림과 외로움을 합체한 말이다.

보고 싶다는 말보다 더 사무치게 보고 싶다는 말이었고,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미치게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보고 싶다’보다 더 멀리, ‘기다린다’보다 더 오래, ‘사랑한다’보다 더 굳세게 지키는 마음이었다.」


「봄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맑았다고 쓰고, 오늘은 흐렸다고 쓰고, 오늘은 바람이 불었다고 쓰고, 오늘은 해당화가 붉었다고 씁니다. 당신은 단순하고 무심합니다. 내 마음의 일기가 어떻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이 당신입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리움마저도 아낍니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라서 아껴서 그리워합니다.」

「눈이 내리면 그것이 바다의 편지인 줄, 비가 내리면 그것이 바다의 노래인 줄, 해일이 일면 그것이 바다의

그리움인 줄 아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노을이 좋아서 봉투에 밀봉해 보냅니다.

어제는 빨간 우체통에 동백꽃이 피었다는 편지를 넣었고, 그제는 소라고둥 껍데기에 파도 소리를 넣어서 부

쳤습니다.」


작가님의 그리움이 거센 파도에 밀려 고양시까지 넘어왔습니다.

고매한 필력에 홀려 줄을 치다 보니 페이지마다 흑심이 묻어납니다.

글줄마다 퍼 날랐을 그리움에 향내가 방안을 가득 메웠습니다.

페이지마다 머무른 그리움에 행간이 사무치게 아렸다가, 봄꽃처럼 환했다가, 개화한 목련처럼 수줍기를 반복했습니다.

나의 쓸쓸함이 그리움을 만나 조금은 달콤하고 조금은 슬펐습니다.

당신도 숨겨둔 그리움이 있다면 해당화 꽃잎을 붙이고 온 그리움의 문장들과 소개팅 시켜 주실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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