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통
미역국을 먹다가 별안간 궁금증이 생겼다.
“미역도 식물이잖아. 바닷속에서도 광합성을 할까?”
“응, 해! 미역도 엽록소가 있어서 햇빛을 받으면 광합성을 해.”
“바다 속인데도?”
“햇빛이 닿는 얕은 바다에서는 가능하지. 대체로 수심 30미터 이내까지는 빛이 들어오거든.”
“아, 그래서 미역이 늘 바위 같은 데 붙어 있구나?”
“맞아. 뿌리, 줄기, 잎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납작한 몸 전체로 영양분을 흡수해. 그래서 바위에 붙어 있으면서 햇살을 받는 거야.”
“결국 미역도 바다에서 태양을 먹고사는 거네?”
“그렇지. 태양이 닿는 데까지만 생명이 살 수 있다는 거 생각해 보면 멋지지.”
“다이어트한다고 너무 풀 같은 거만 먹지 마. 코뿔소나 코끼리도 풀만 먹는데 덩치 봐. 어디 가도 안 빠지지. 돼지는 잡식성이라 소보다도 작잖아. 너도 풀만 먹으면 헐크 덩치로 변해~”
우리는 빵 터졌다. 풀만 먹다 보면 근육질의 초록 괴물이 되는 상상을 하니 피오나 공주와 슈렉이 떠올랐다. 혹시 그들도 광합성을 해서 피부가 녹색이고 근육이 남달랐던 건 아닐까.
생각은 다시 미역으로 돌아왔다. 옛 중국 고문헌에는 고래가 새끼를 낳으면 미역에 몸을 비벼 상처를 아물게 했다고 적혀 있다. 고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을 먹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바다의 풀, 해조류. 이름만 들으면 ‘해초류’라 말하고 싶지만 사실 정확한 표현은 ‘해조류’다. 녹조류(파래), 갈조류(미역, 다시마), 홍조류(김, 우뭇가사리). 이들은 뿌리·줄기·잎이라는 뚜렷한 구분이 없고 햇빛을 만나면 잎 같은 부분에서 바로 영양분을 흡수한다. 바다에서도 햇살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렇다면 인간이 광합성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햇살만 받아도 배부르고, 초록빛 근육이 솟구쳐 오를까? 헐크처럼 괴력이 생길까?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인간 역시 햇빛을 통해 중요한 것을 얻는다. 바로 비타민 D다. 햇빛 속 자외선 B가 피부에 닿으면 우리 몸은 비타민 D를 합성한다. 이 비타민은 칼슘과 인이 뼈에 잘 흡수되도록 도와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근육을 튼튼하게 해 준다. 또 면역력을 높여 감염에 잘 대처하게 하고 우울감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햇살을 쬔다고 우리가 헐크가 되지는 않지만 마음과 몸이 건강해지는 건 분명하다.
또 햇빛을 받으면 단순히 비타민 D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몸속 호르몬 균형이 맞춰지고 기분을 밝게 하는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그래서 햇살을 쬘 때 우리는 이유 없이 마음이 가벼워지고 괜히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말하고 싶어진다.
햇볕이 부족한 계절엔 우울감이 깊어지고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곤 한다. 결국 빛은 단순히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데워주는 역할을 한다.
사랑도 비슷하다. 햇빛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있을 때는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고 없을 때는 괜스레 차갑고 힘들어진다. 빛을 받은 식물이 푸르게 자라듯 사랑을 받은 사람도 마음이 단단해지고 또 다른 이에게 사랑을 건넬 힘을 얻게 된다.
결국 인간은 광합성을 할 수는 없지만 햇빛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 빛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헐크처럼 초록 근육이 생기진 않지만 누군가를 사랑할 힘과 그 사랑을 나눌 용기는 햇살처럼 매일 조금씩 우리 안에서 자라난다.
자~
이젠 미역대신 매일 햇빛을 먹을 이유가 충분하다.
『 내일부터 저와 함께 햇빛 마실 분을 모집합니다.』
"와구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