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여기요
햇살은 따뜻했지만 공기에는 아직 아침의 서늘함이 남아 있었다. 출근길의 분주함이 지나가고, 도로는 한산해져 조용한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시간. 나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라디오 볼륨을 살짝 높였다.
‘오늘 오전은 참 한가하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띠링—”
카카오콜 알림음이 울렸다.
목적지: 아파트 단지 → 소아과
‘아기 손님이겠네.’
나는 곧장 수락 버튼을 누르고 차를 돌렸다.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하자, 젊은 엄마가 급하게 뛰어나왔다. 앞에는 아기띠로 갓난아기를 꼭 안고, 손에는 아기 가방을 들고 있었다. 아기는 세상모른 듯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지만, 엄마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기사님, 죄송해요. 오늘 아기 첫 예방접종이라서요.
병원까지 조심히 좀 부탁드려요.”
“네, 천천히 타세요. 급하지 않게 출발할게요.”
나는 얼른 뒷문을 열어주었고, 엄마는 조심스럽게 몸을 숙여 자리에 앉았다. 아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두 손으로 꽉 잡은 모습이 마치 폭풍 속에서 작은 등을 지켜내는 등대 같았다.
차가 출발하자, 처음엔 고요했다. 아기의 숨소리가 작게 들리고, 엄마는 그 소리를 놓칠세라 귀를 기울였다.
차 안에는 두근거리는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엄마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애기가 울까 봐 제가 더 떨려요. 주사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아기들은 생각보다 강해요. 조금 울더라도 금방 진정할 거예요.”
엄마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때였다.
“푸우욱 웅~~~”
갑작스러운 작은 폭발음.
순간 차 안의 공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백미러를 바라봤다.
엄마는 눈을 크게 뜨더니 숨을 멈췄다.
"설마 지금?"
엄마의 목소리에 절망이 묻어났다.
그리고 곧 코끝을 스치는 확실한 증거의 향기.
나는 재빨리 창문을 살짝 내리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제발… 시트에는 안 묻었길.’
아기는 여전히 천사처럼 곤히 자고 있었지만, 엄마의 얼굴은 완전히 하얗게 질렸다.
“기사님, 너무 죄송해요.
병원에 가기 전에… 기저귀를 갈아야 할 것 같아요.”
“세워드릴까요?”
“아뇨, 그냥 여기서 빨리 할게요.
나는 차를 최대한 부드럽게 몰며 속으로 기도했다.
‘아무 일도 없기를…’
엄마는 한 손으로 아기를 번쩍 안고,
다른 손으로는 아기 가방을 열었다.
기저귀, 물티슈, 작은 비닐봉지가
그녀의 무릎 위로 쏟아지듯 펼쳐졌다.
“으아아아아앙!!!”
아기가 잠에서 깨어 울음을 터뜨렸다.
순식간에 조용하던 차 안이 전쟁터가 됐다.
“아이고 우리 애기~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엄마의 목소리에도 거의 울음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아기는 그 말을 비웃듯
두 번째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
“푸우우 우웅… 꾸르륵.”
나는 창문을 조금 더 크게 열며 아침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오늘 첫 손님부터 쉽지 않네…’
엄마는 체조 선수처럼 빠른 손놀림으로 아기를 닦고, 새 기저귀를 꺼내 착- 하고 채웠다. 그리고 더러운 기저귀를 비닐봉지에 단단히 묶었다.
그 순간, 아기의 울음이 마법처럼 뚝 그쳤다.
“응에에엥… 히잉.”
그리고 다시 꿈나라로 돌아갔다.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휴… 기사님, 정말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기가 건강하게 예방접종만 잘 받으면 됐죠.”
소아과 앞에 도착하자,
엄마는 아기를 품에 꼭 안고 조심스레 내렸다.
“오늘 우리 애기 잘하겠죠?”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에 나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
“아까 보니까 아주 씩씩하던데요.
주사쯤은 문제없겠어요.”
엄마는 그제야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차를 몰며 창문을 활짝 열었다.
차 안에 남아 있던 작은 전쟁의 잔향이
천천히 바람에 실려 사라졌다.
그날, 택시는 단순히 병원까지의 이동수단이 아니라
작은 전쟁터였고, 나는 그 전쟁의 조용한 목격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