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기록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운전 중 갑자기 핸들이 먹통이 된 것이다.
아이 입학설명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처음엔 핸들이 약간 ‘팅’ 하고 튀는 느낌이 들었다.
왼쪽으로 꺾었는데 차가 자꾸 오른쪽으로 가려 하니,
온 힘을 다해 핸들을 붙잡고 다시 돌려야 했다.
사실 그 전부터 이상한 기운은 있었다.
전방을 주시하며 똑바로 운전하고 있는데도
핸들이 오른쪽으로 ‘팍’ 하고 튀며
잠깐 멈추는 듯한 느낌이 계속 들었던 것이다.
그때 직감했다.
“아, 핸들 먹통이다.”
그 순간 온몸이 굳었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초긴장 상태로 운전하며,
어깨에 담이 걸릴 정도로 긴장했다.
간신히 졸음쉼터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켰다. 다행히 그제야 핸들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수리센터를 부를까 망설이다가,
집까지 남은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살살 조심히 운전해 집까지 왔다.
안 그래도 차를 바꾸려던 참인데
어찌나 타이밍 맞춰 고장이 나는지 모르겠다.
당분간은 법인차를 쓰고, 집 차는 정리하기로 했다.
아무튼 정말 무서운 경험이었다.
문득 예전에 스승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떠올랐다.
스승님도 미국에서 운전하다가
핸들이 ‘쏙’ 빠져버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는 손바닥으로 핸들을 억지로 돌려
겨우 집까지 도착하셨다던 이야기였다.
나 역시 고속도로에서 핸들이 빠지는 줄 알고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모른다.
벌써 9월이다.
가을 기운이 조금씩 느껴져 좋다.
낮에도 30도가 훌쩍 넘는 날씨는 아니고,
밤에는 열대야가 사라졌다.
어제는 정신과에 가서
숨이 찬 증상 때문에 안정제를 다시 처방받았다.
이번 약은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9월아, 제발 무탈하게 지나가자.
기도하고 싶은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