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통
안녕, 우울아.
넌 내가 안부를 묻지 않아도 내 안에서 조용히 숨 쉬며, 있는 듯 없는 듯 붙어 있더라. 솔직히 말하면, 너에게 좀 지쳤어. 벌써 6년이야. 지나갈 줄 알았는데, 넌 떠날 기미가 없더라.
검사 결과가 좋아 약을 줄였다가도 금세 숨이 막히는 증상(신체화 장애)이 찾아와 다시 약을 늘려야 했지. 괜찮냐는 안부에 대답하는 것도 힘들었고, “마음을 편히 가져보라”는 위로를 들으면 오히려 더 작아졌어. 그래서였을 거야. 마치 동굴 속에서 마늘만 먹는 곰처럼 스스로 은둔을 선택했던 건.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는 일도, 인연을 이어가는 일도 버거워졌지. 자발적인 고립이라고 믿었는데, 사실은 너에게 끌려간 것이 아닐까 의심도 들고.
삶에 계절이 있다면, 나는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는 걸까. 너와 오래 머무를수록 희망은 사라지고 미래는 부서지는 것 같아. 너와 보낸 사십대는 먹구름이 걷히지 않았어. 사십대를 살아낸 게 아니라 통째로 잃어버린 느낌이 들어.
우울아, 넌 도대체 무엇이니?
나의 일부니, 아니면 이 세계의 어두운 틈이니. 왜 나를 택했고, 나는 어떻게 너를 만나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제 아이가 기숙사에 가면 나는 정말 혼자가 된다. 그때 나는 너와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을까. 그동안은 너무 많은 걸 포기한 시간들이었어. 나는 병 뒤에 숨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결국 겁쟁이가 된 것 같아.
그러니 제발 부탁이야.
지금이라도 들을 귀가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가지 말고 조용히 사라져 줘. 지금은 아이 학교 일에 집중하려 해. 아이가 기숙사에 가면, 그때 우리 제대로 마주 보자. 나는 이 긴 터널의 고리를 끊고 싶어.
그리고 우울아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
너는 나를 약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내가 얼마나 버텨왔는지 증명하기도 했어.
나는 주저앉은 것이 아니라, 쉬고 있었던 것일지도 몰라.
내가 다시 걷기 시작하면,
아주 느린 속도라도 좋으니
네 그림자가 아니라, 내 그림자를 따라가고 싶어.
언젠가 문득 깨달을 수도 있겠지.
“아, 너 없이도 괜찮아졌구나” 하고.
그날이 오면 나는 너를 붙잡지 않을 거야.
그저 가는 길에 작은 인사만 건넬 거야.
잘 가, 우울아.
오랫동안 머물렀다. 이제 네 계절도 끝나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