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 숲 기행기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들어왔어요.
여기는 사려니 숲에 있는 타인의 숲이래요.
사방이 눈동자들로 가득해요.
나무와 동물들도 색색이 눈동자를 가지고 있어요.
타인의 시선들이 무작위로 드라마를 쓰고 있네요.
지나가는 여행자가 주인공인가 봐요.
지금 내 미래까지 대본으로 나오고 있어요.
타인에 숲에서는 오른손들이 훨씬 많네요.
아마 오른손잡이들이 많아서 인가 봐요.
모두가 관찰자들인 것 같아요.
'몰입의 숲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네요.'
"여기"
나무에 팻말이 걸려 있어요.
「모두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다만 타인의 시선으로만 움직인다면 길을 찾지 못한다. 자신의 색을 찾아야 타인의 숲을 나갈 수 있다.」
가는 곳마다 모든 시선이 나를 향해 있어요.
나의 색을 찾아야 타인의 숲을 나갈 수 있다니, 나의 색은 무슨 색일까요?
수많은 나중에 나의 색만 찾아도 몰입의 숲으로 가기 쉬울 텐데.
잠시 눈을 감아야겠어요. 시선에서 멀어져서 나를 보아야 하니까요. 나의 괜찮은 부분을 찾아보려고 해요. 너무 자만하지도 너무 낮추지도 않는 나의 모습을 떠올려야 해요. 당장은 떠오르지는 않을 수 있어요. 여러 날 여러 시간이 필요하겠죠.
자존감이 너무 낮으면 시선에 휩쓸릴 거예요.
너무 자만해도 나의 색을 찾을 수 없고요.
내가 가는 모든 순간이 기록되고 있어요.
혹시 당신도 지금 타인에 숲에 머무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