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빠~
우린 참 정해진 호칭이 없다 그지?
내가 맨날 다르게 부르니..
오늘은 오빠가 좋아. ㅎㅎㅎ
오늘 엄청 더웠지?
나도 삼계닭 되는 줄 알았어.
오빤 땀 엄청 흘리더라.. ㅠㅠ
오빤 바쁜데, 나만 맨날 쉬고 있어서
내가 많이 미안하고 한심해
나도 같이 일하고 바쁘고 싶은데,
내 건강이 이래서..
오빠 내면은 어때?
혹시 나처럼 아픈데 참고 있는 건 아니야?
그냥 걱정이 돼서.
왜냐면 국민 5명 중에 1명이 우울증 통계라잖아. 혹시 힘든데 참는 거면 어쩌지 싶어서.
우습다. 그지?
내가 해결해 줄 수도 없으면서 말이야.
난 속이나 안 썩이면 다행이지?
난 손 많이 가는 말썽꾸러기니깐.
속 썩이지 않고 건강한 모습 보여주고
싶은데, 참 쉽지가 않다.
아직 오빠랑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데..
여행도 더 가고 싶고,
오빠 꼬셔서 편지도 주고받고 싶고,
밤새 얘기도 해보고 싶고,
밤바다도 걸어 보고 싶고,
가을 낙엽도 많이 많이 밟아 보고 싶은데~
맛있는 것도 더 많이 해주고 싶고,
실패한 음식 먹어주는 오빠 표정도
보고 싶고.
생각만 해도 재밌네,
오빠 표정 어떨지!
그거 알아?
나 오빠 첫눈에 보고 반한 거?
그 진한 눈썹, 네모난 눈, 높은 코, 다~
암튼 나한텐 엄청 잘생겼어.
이 말은 처음 하는 거 같네.
나중에 나중에 얘기해 주려고 아껴두고 있었는데, 어차피 오빤 내 브런치 안 들어오니깐..
나중에 나 건강해지면 밤바다 걸으면서 말해줄게.
내가 많이 아파서, 늘 걱정 끼치고 힘들게 해서 정말 미안해.
그래도 기다려 줄거지?
다시 손잡고 산도 가고 바다도 가자.
내가 오빠 더 많이 사랑하는 거 같아서
나 살짝 억울해~~
ㅎㅎ 그래도 괜찮아, 사랑은 저울이 아니니깐~
우리 오래오래 예쁘게 나이 들자.
내가 많이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