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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Jun 21. 2023

To. 생각이 많은 너에게

하늘 우체국

비가 밤새도록 내릴 거 같지?

빗소리도 좋고 어둠도 참 좋다.

그지? 고요 속에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가 운치 있어.


난 최근까지 네가 생각이 많은 사람인 줄 몰랐거든. 근데 최근에 알게 됐어. 어떤 한 사건이 있었잖아. 그때 난 무지 걱정을 많이 했거든. 근데 의외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같은 경험이 쌓이면 인정해야지. 그래서 받아들이기로 했어.


인정하기 싫었는데. 내가 오지랖도 넓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 말이야. 사람의 기준은 거의 자신에게서 시작되잖아. 그래서 난 사람들도 나 같을 거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한 거 같아. 이젠, 뭐 인정했으.


타고난 기질이라는 거 말이야. 이거 엄마가 주신 거라 바꿀 수도 없고, 때론 참 피곤해.

나도 좀 심플하게 차도녀처럼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 나는 시골티가 너무 팍팍 나더라고. 입만 다물면 될까? 혹시 모르니깐 담에는 입 다물고 있어 봐야겠다. 그지? 혹시 알아. 고민 좀 덜 물어 올지.


유전도 말이야. 편두통이 유전확률이 높데. 근데 그걸 애기한테까지 물려줘서 얼마나 미안하게. 나만 이프면 될 것을. 어린애한테까지 내려 주다니…


“외할머니 ‘명란’(옛날 펜잘 같은 진통제) 내가 그렇게 사다 드렸는데, 쪼매 섭섭합니더“

“증손주 신경 좀 써주시지”

”외할머니 미워요. 흥 “


난 지금 잠들지 않고 주저리 주저리 이러는 순간이 행복하다. 하도 하도 자서, 진짜 자기 싫거든. 게다가 지금은 머리도 덜 아프고 컨디션도 쓸만해.


요즘…

네가 너무 애쓰고 자책하고 울고 힘내려고 하는 거 같아서, 내가 보기 참 안쓰러웠어. 우리 천천히 가자. 우울증은 장기전이래. 급하면 지쳐. 알지?


샘이 세상의 모든 기본 값은 고통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했잖아. 지금 네가 힘들다면 그냥 잘 살고 있다는 얘기야. 삶의 기본 값이 고통이니깐 말이야.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고, 지치지 말자.


난 널 항상 응원하고, 그 고통을 함께 짊어질게.


끝까지.

알쥥?


                                       2023.6.21

                                       너의 또 다른 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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