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2.11.12/토)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독백>
글을 쓸 땐 마음을 같이 쓴다.
내게 있는 재료로만 글을 쓸 수 있는데, 지금은 재료가 고갈되었다.
글의 분위기는 글쓴이의 현재의 모습이다. 마음이 재료인데 마음이 텅 비어 버리면 무엇을 쓰지.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내며 숨을 쉬지만, 매일이 다른 기분이다. 끝이 없는 열차를 탄 듯이 삶에 멀미가 느껴진다.
슬픔도 시간이 지나면 흐르고 말랐으면 좋겠다.
행복을 써야 할 때에도 슬픔밖에 없을 땐 어쩌란 말인가.
강제로 부서진 슬픔들이 뼈마디마다 달라붙는다. 어떤 사람은 혈관에 붙고, 어떤 이는 심장에 붙는다.
그렇게 흐르다 굳어진 슬픔은 마지막엔 발목에 붙어 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이의 삶에 무게로, 짊어질 흔적으로 말이다.
슬픔을 젖은 빨래처럼 말려 버릴 수 있는 사람도 있고, 뚜껑을 닫고 썩히고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의지로 되는 것이라면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도 없을 테다.
괜찮은척하는 날들이 많아지면 괜찮아지려나.
삶은 날이 갈수록 다리에 쌓이는 진흙들 같다. 가끔은 한쪽 다리조차 들기 버거워진다. 진흙처럼 달라붙은 삶에 무게에 혈관이 터질 듯하다.
삶아, 생이란 이름에 고통아. 나의 삶은 몇 페이지쯤 넘어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