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2.11.16/수)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춥지 않아야 할 텐데>
수능 전날이라 그런가 기온이 확 내려갔다.
작년까지만 해도 날이 추우면 아들을 돌돌 말아 보냈다.
그런데 오늘은 목이 답답하다며 목티를 안 입겠다고 한다.
속으로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나도 어릴 땐 목티가 엄청 답답했었는데.
나이가 들고 나서야 목에 바람 들어오는 게 더 싫다는 걸 알았다.
네가 불편하면 그러라고 하고 나니 아이가 크는 게 느껴진다.
자식 크는 건 이렇게 빨리 느끼는데, 내가 나이 들고 부모님 연세 드는 건 느리게 느꼈었다.
이젠 날이 추우면 아빠부터 생각이 난다. 밤새 춥진 않으셨을까, 오늘은 어떠신가.
나는 어느새 부모가 되었다. 부모가 된 자식은 부모도 걱정하고, 자식도 걱정한다.
그러다 보면 나도 자식 걱정시키는 노모가 되겠지.
나이가 드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내 새끼 걱정시키며 나이 들기는 싫다.
알 수 없는 나의 마지막 장도 불안하다. 나는 12살에 엄마의 임종을 함께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아주 가까이서 느낀다.
삶이 있어 죽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 죽음이 존재하기 위해 삶이 있는 것 같다.
마치 어둠이 있어 빛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듯이 말이다.
어둠은 미상이다. 알 수 없는 시간에 몸을 맡기면 사람은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마치 추위에 쪼그라드는 마음처럼 말이다. 나는 한껏 작아진 나를 햇볕에 내어 걸고 싶다.
다시 따습게 빳빳이 말려야 한다. 그래야 자식도 걱정하고 부모도 걱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길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