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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Apr 14. 2021

날아가 아기 새야~

수달 가족의 해풍소

수달 가족의 해풍소

이별이 예감된다.

빈 둥지 증후군이 왜 오는지 알겠다.  

영원히 안 변할 것 같던 엄마 사랑도 변하는 시기가 온다.

초등학교 5학년이 사춘기의 시작이었구나.


아이는 자라고 날개 짓을 시작했다.

사춘기 전조증상이 스멀스멀 보이기 시작했다.

이마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하고

하루만 안 감아도 머릿기름이 일주일은 안감은 것처럼 심해졌다.

혼자서는 무서워서 죽어도 못 잔다던 아들이 하루씩 자기 방에 가서 잠을 잔다.

그것도 바닥도 아닌 이 층 침대에서 자는 걸 해낸다.

오징어 괴물이 나와 무섭다며 혼자  못 자던 애기가 맞을까?

침대서도 떨어질까 봐 못 잔다 해서 바닥서 잤는데 이 층 침대서 자고 일어난다.


낯선 감정 낯선 아들이다.     

잔소리를 원래 잘 안 하지만 가끔 하면 세상 싫은 표정을 한다.

전에는 반성하는 척이라도 했는데, 혼나는 척이라도 했는데...

능글능글 이제는 귀찮아하는 게 눈에 띈다.     


올 것이 왔구나.

그리 날아가라고 밀어줘도 못 날던 아기 새였는데...

이제는 준비된 아기 새가 되었다.    

 

협상을 제안했다.     

엄마는 너의 일정 모든 걸 네가 알아서 하길 바란다.

혼자서 알아서 해봐라.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숙제를 하든 안 하든

씻고 가든 안 씻고 가든, 방을 치우든 안치 우든

그 대신 엄마도 방 안 치워주고 빨래 가져다 안 해준다.

밥도 때 지나서 먹을 때는 알아서 챙겨 먹고 치워라.

내 손을 빌어 살면서 내 간섭을 안 받는 다고 하면 문제가 있다.

할 수 있는 일은 니 힘으로 하고 스스로 책임을 져라.

그러면 간섭하지 않겠다.   

  

아이는 덥석 물었다.

좋은데 딱 하루만 실험 삼아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 방으로 들어왔지만 가슴 한편이 허전하다

쿨한 엄마 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부러 강하게 말을 했다.

자유를 얻는 만큼 책임을 지길 바란다.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은 공짜가 아니라는 걸 알길  바란다.


충분할 만큼 안아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했던 게 아닐까 마음이 아프다.

마음은 모든 것이 염려되지만 참는다.

못 본척하려 애써야 한다.

못 들은 척해야 한다.

보내 줘야 한다.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자기 색을 찾고 자기 인생을 찾아가겠지.

전처럼 애정표현을 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이제는 애정표현을 잔소리 안 하는 것으로,

격려로, 기다림으로 해야 할 것 같다.     

외아들이라 더 허전하다.


빈 둥지 증후군이 이런 것일까?

장가가서 연연하고 며느리 괴롭히는 못 된 시어머니 되지 않으려면 

일찍 놓아져야 한다.     

엄마는 널 믿는다.

혼자 선과 악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쓰는 너를 응원한다.

노트북 선과 핸드폰 게임기가 엄마한테 있는데도

방문 잠그고 혼자서 무언가 하고 싶은 너의 시간은 존중한다.

그래 그렇게 커가야지.


엄마가 빠져줄 때가 온 거지.

그래도 지금 성적을 좀 유지해 주면 얼마나 고마울까.

이 정도는 해줘야 언제 무엇을 하고 싶든 선뜻 발을 돌릴 수 있을 텐데.

그것도 엄마의 욕심이겠지.

음악에 소질이 있고 그림을 잘 그리고 글을 잘 쓰고 철학에 관심이 많은 나의 아들아

엄마도 널 떠날 준비를 해야겠지~     

우리 서로의 날개로 상공을 날아오르자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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