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2.11.28/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나는 나의 상태가 궁금하다>


나는 주변 상황이 변하면 나의 증상도 변하는 것 같다. 난 나의 병에 관해 상세히 알고 싶지만 정신과 선생님은 다 비슷한 거라고만 하신다.


“선생님 저는 카톡이 부담스러워요. 매일 아침 999개의 새 메시지를 보는 게 부담스럽고요. 대화방을 나가기도, 안 나가기도 애매한 단체톡 방들이 불편합니다. “


“전 이메일도 자주 정리하는 편이고, 카톡방도 불필요한 건 다 나옵니다. 메시지도 자동 삭제로 해두었고요. SNS 앱도, 네이버도 삭제했다 깔았다를 반복합니다. ”


“페이스북은 삭제한 지 오래되었고요. 전화기는 비행기 모드로 두어야 마음이 편합니다. 암막커튼을 치면 눈이 편해서 좋아요. “


“주변 소음이 싫어서 그냥 이어폰을 하고 있고요. 백색 소음을 들으며 안대를 하고 자야 잠이 잘 와요. 그렇다고 없으면 못 자지는 않지만 있는 게 더 안정감을 줍니다. “


내 얘기를 들으시고는 불안장애가 더 심해진 거라고만 하셨다.


내가 보기에는 뭐가 더 생긴 것 같은데.. 말을 안 해주시는 걸까? 아님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걸까?


대인기피증이라기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나는 언제라도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지금 먹고 있는 게 뭐예요?‘라고 물어볼 수 있다. 사람 많은 상황이 공포스럽지도 않고, 엘리베이터에 갇혀도 별로 불안하지 않다. 높은 곳에 오르면 어릴 때처럼 낙하를 멋지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근데 나의 영역 안에서는 자꾸 깊이 더 깊숙이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아빠의 소식을 안 들으면 걱정이고, 들으면 들어서 더 불안하다. 이걸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프기 전에도 조용한 걸 좋아했지만, 지금은 더 심해진 것 같다. 가족들 코 고는 소리, 이 가는 소리, 시계 소리는 거슬리지 않는데, 어항 소리가 간혹 거슬린다. 그래서 이젠 거실에서 잠들지 않는다. 티브이도 잘 안 보고 책을 읽던가, 글을 끄적이던가. 멍하게 있는다. 그러다 잠이 들면 그게 제일 행복하다.


나는 나를 보는 게 가장 어렵다. 내가 보이지 않는다. 멀리 떠나버린 것 같기도 하고, 길을 잃은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내 영혼이 집에 들어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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