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2.11.19/토)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국화가 시든다고 눈물이 마르는 건 아니다>



옆집 아기는 밤낮으로 울어댄다.

새벽부터 동네가 떠나가게 발성을 하는 통에 집집마다 불이 켜진다.

모르긴 몰라도 아기 엄마도 아기를 달래려고 진을 빼고 있을게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 달래주고, 이유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없어진다.

어른이 된다는 건 삶을 스스로 지켜내어야 함을 뜻하나 보다.

모든 것이 자신의 몫이고 책임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절망에도 세상은 등을 보인다.

지구 한쪽에선 기아로 매일 쓰러지고 한쪽에서는 포탄과 무력으로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암묵적 방관자가 되어가고 있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다.


지구 곳곳에선 예측하지 못한 사건 사고가 터지지만 인류의 매정함은 끝이 없다.

사람의 목숨에도 돼지 등급처럼 우선순위를 따진다.

어느 사람 하나 소중하지 않고 귀하지 않은 생명이 없는데도 말이다.


국가는 귀를 닫았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않나 올 때까지 탄복하며 절규해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신고에도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리 없지 않은가.

지금 우리나라는 통곡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리에는 국화꽃이 쌓여가고 하나 건너 한 명씩 아는 사람이 희생자 명단에 속해 있다.

집집마다 불을 끄지 못하는데도 정부만 여전히 불이 꺼져있다.

책임질 이도 없고 희생된 사람들을 향한 진실한 참회도 없다.


나 또한 애통해 한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이런 방법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이슬람의 기도 시간처럼 인류가 매일 같은 시간, 한 마음으로 기도라도 드리면 어떨까?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우리의 마음이 닿도록.

인간의 악인함 속에 신의 자비가 먼저 닿도록 말이다.


신의 가호가 인간 안에 임해야 한다.

나보다 약한 자에게 고개를 돌리고, 나보다 작은 자에게 허리를 숙이게 해야 한다.

그래서 인간은 서로 돌보고 살아야 한다.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은 동물의 순환방식이다.

인간에 욕망이 동물과 같아지면 결과는 파멸뿐이다.

인간의 욕심은 인간을 파멸로 이끌 뿐이다.

삶은 무엇을 위한 투쟁이며, 욕망이란 말인가.

결국은 같은 곳으로 돌아갈 사람들끼리 말이다.


왜 칼을 겨누고 시비를 가리는지 모르겠다.

당신의 몸이 나의 몸과 섞여 꽃을 피울 수도 있고 , 바람에 날리는 먼지가 될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가벼워야 날아가고 자유로울 수 있다.


언제까지 아기 때 쥔 주먹을 펴지 않고 있을 것인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2.11.18/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