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2.12.18/일)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요즘은 카톡이 더 편하다>


가끔은 부재중 전화를 보고도 전화하는 걸 잊어버릴 때가 있다. 요즘은 주로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해 놓는다. 문제는 비행기 모드에 익숙해져서 부재중 전화를 보고도 깜박하고 잊어버린다. 그러자 오늘 카톡이 왔다.


“야, 너 왜 이렇게 연락이 안돼”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아, 전화한다는 게 깜박했어 미안해”

“주로 카톡을 많이 하니깐, 낮에 비행기 모드로 많이 해놔”

“걱정 마”


“그래, 별일 없으면 다행이다”

“난 너 아부지도 편찮으시고, 너도 심해져서 이상한 생각 할까 봐 걱정했지”

“내가 해줄 건 없고, 얘기라도 다 들어줄 테니깐 언제든지 힘들면 전화해”


“알겠어,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할게. 아빠도 고비 넘기셨고, 좀 좋아지시고 계셔.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 정말 다행이다 “

“전화해”


“응, 알겠어”


우리는 간단하게 카톡을 하고 전화는 다음으로 미뤘다.


애가 넷인 친구가.. 본인도 일 다니면서, 살림하면서, 언제든지 얘기를 들어준다는 말이 쉽지 않음을 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고마운 마음에 가슴 한켠이 뭉클해졌다. 27년 우정이라 그런가. 가타부타 길게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집안일 정도는 거의 꿰뚫고 있는 사이. 그런 친구가 있어 든든했다.


나는 부재시 수신 알림을 해주는 부가서비스(콜키퍼) 기능을 안 해놨다. 그래서 사람들은 급하면 카톡으로 전화를 한다. 지금은 급한일이 딱히 없어서 해놓을 수 있는 게으름이기도 하다. 하도 카톡을 하다 보니 사실 전화 오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비즈니스가 아닌 이상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고서는 말이다.


이것도 이병의 일부 증세일 것이다. 원래도 동굴형인 데다 운둔하고 싶은 심리가 더 심해 진건 사실이다. 아마 나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 부족일 확률이 높겠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마늘을 그렇게 좋아한다.


예전에는 내가 안부를 먼저 건네고, 주변을 챙기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반대가 되었다. 안부전화를 받는 입장이 되고, 늘 걱정을 끼치는 사람으로 말이다.


늘 들어주고 상담해주던 나는 어디 가고, 지인들은 ’ 내가 악화되거나, 우울증으로 빠지는 건 아닌지 ‘ 더 걱정하는 눈치이다.


다행히 나는 웰시코기처럼 호기심도 많고 깨발랄한 면도 있어 그런지 우울증 검사 결과 우울지수는 일반인보다 낮게 나왔다.


나는 우울하진 않다. 단지 조용한 게 좋을 뿐이다. 불안장애라고 전전긍긍하고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를 걱정하는 건 아니다. 그냥 딱히 이유가 없어도 미주신경의 이상반응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스트레스가 생기면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없어지면 금세 좋아지다가,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또 악화되다가를 반복한다.


그래서 단군할아버지가 마늘을 먹이며 인내하는 방법을 가르치셨을지도 모른다. 나는 단군 할아버지가 키우신 곰 부족일 테니 미련하게 끝까지 잘 버텨보겠다. 마늘을 계속 계속 먹으며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2.12.1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