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2.12.13/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정신과도 다 비싸진 않아요>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저는 공백의 하루였습니다. 왜냐면 오전부터 밤 10시까지 계속 잤거든요. 중간중간 깨어났지만 ‘밥만 먹고 자지요’를 반복했습니다.


가만히 증상을 관찰해 보니 특이점을 찾았습니다. 드라마를 보면 충격적인 소식에 기절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기절하는 이유를 찾아보니 이렇습니다. ‘충격적인 일을 당하게 되면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몸의 미주신경이 강력하게 자극됩니다. 이때 부교감신경도 심하게 자극받습니다. 이런 경우 심할 때에는 실신까지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겪고 계실 경우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실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가 불안장애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습니다. 쓰러지며 뇌의 일부가 손상되었고, 몸의 측면 마비도 왔습니다. 지금은 손상된 뇌의 후유증으로 장기들은 하나씩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신장이 손상돼서 소변도 못 보시는 상태입니다. 폐렴과 고열 및 설사로 매일 고비시고요. 또 오 년 전 수술한 대장암이 재발하여 폐까지 전이된 걸 알게 되었습니다. 폐암 말기라 토혈과 혈변을 보시고, 식음을 못하고 계십니다. 병원에서도 더 이상 손쓸 게 없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아빠는 이제 자식들 면회도 오지 말라고 하십니다. 몸만 힘드신 게 아니라 심적으로도 매우 절망적인 상태이신거죠. 이런 와중에 어제는 꿈을 꿨습니다. 엄마 때처럼 집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꿈이었어요. 꿈을 깨고 나서도 복잡한 심정을 말로 할 수 없었습니다.


외할머니 돌아가실 때도 제가 꿈을 꾸고 돌아가셨기 때문에, 불안함이 아침부터 밀려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신이 몸을 하루 종일 재웠습니다. 지금 상황을 내가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정신이 몸을 끊임없이 재우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약 때문이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아닙니다. 편두통 때문에 펜잘을 먹느라, 정신과 약을 전날 저녁과 오늘 아침 두 번 다 먹지 못했습니다. 약은 원래 하루에 두 번 아침저녁을 먹습니다. 그러니 하루치 약을 못 먹은 상태로 밤 10시까지 잔 게 됩니다.


이 병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른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관찰한 저의 증상 중 하나는 ‘불면증도 있지만, 무한 수면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의학적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다음 진료에 선생님께 여쭤봐야겠습니다. 글 쓰려고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니 선생님께서 처음에는 신나서 말씀해 주셨는데, 이제는 약간 지쳐 보이십니다. 다 나으면 선생님과 소고기 한 번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정신과 하면 편견이 심하잖아요. 일단 인식도 안 좋지만 병원비도 많이 비쌉니다. 검사도 많이 해야 하고, 상담도 짧고요. 매번 갈 때마다 진료비도 부담될 만큼 비쌌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도 결혼초에 많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병원을 괜히 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진은 들을 생각도 없고, 묻지도 않고 약만 주시더라고요. 하물며 불친절한 진료 태도와 환자보다 더 정신적으로 아프신 것 같은 표정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마치 제가 상담을 해줘야 하나 싶었거든요. 씁쓸한 진료 뒤 청구되는 비싼 병원비까지 더해 정신과는 웬만하면 오지 말아야겠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다니는 병원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초진에 지문검사 두 가지 했습니다. 검사비는 5만 원 내외였고요. 상담은 친절하고 길게 해 주십니다. 집요하리만치 사돈에 팔촌까지 다 물어보시고 차트를 꼼꼼히 작성하십니다. 매번 지난주에 대한 이야기를 성심껏 들어주시고 답변해 주시고요.


2주에 한 번씩 내원을 하는데요. 병원비는 일반 동네 의원 수준으로 만원 이하입니다. 6천 원 나올 때도 있고 7천 원 때 나올 때도 있고요. 이런 좋은 병원도 있으니 포기하지 마시고 주변 병원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전 병명을 몰라서 키웠지만, 예측 가능하시다면 언제든 회복되실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고통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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