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2년 기록

서재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2022년의 기록

by 이음

우리 집은 방이 세 개다. 우린 서로의 공간이 꼭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부부는 각자 혼자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둘 다 조용한 걸 좋아한다. 문제는 남편은 그럴 수 있는데, 나는 그럴 수 없다는 말이다.


아이는 잠시 혼자 자려고 하는 가 싶더니 , 아직도 엄마 방에서 함께 잔다. 혼자 자면 무섭고 악몽도 꾼다고 한다. 외아들이라 그런가 혼자 잘 놀다가도 밤만 되면 붙어있다. 그야말로 내방은 거실처럼 공개된 방이다.


나는 방문 닫고 혼자 책 보고, 글도 쓰고 싶지만 그건 나의 소망일 뿐이다. 내 방문은 하루에도 몇 번인지 셀 수 없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평상시에 가만히 뭘 한다는 건 사치이다. 새벽이나 되어야 조용할까 말까이다. 윗집 할머니는 잠이 없으시고, 내방은 내가 자고 있든 말든 수시로 들락거리는 모두의 방이 되었다.


방이 하나 더 있어서 서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도, 그때가 되어서 아이가 부쩍 커버리면 지금이 그리울 것 같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거실에 어김없이 나와있는 장난감과 악기들. 무심히 치우는 날도 있지만 가끔씩 사진을 찍어 남겨둔다. 아이가 커서 더 이상 장난감을 어지르지 않는 순간이 오면, 레고가 굴러다니는 아이 키우는 집의 모습이 그리워질 테니 말이다.


널브러진 레고들이 사라진 집, 아이의 그림이 굴러다니지 않는 집, 왠지 어색하고 쓸쓸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쥐방울처럼 쟁일을 들락거려도 그러려니 한다.


생각은 늘 양면을 바라보게 한다. 하나를 바라다가도 지금이 감사한 것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런데 세상도 마찬가지다. 늘 선택의 기로에서 매번 한 가지만 가지게 해 준다. 깨끗한 집이 좋지만, 아이의 흔적이 사라진 집은 싫고, 방이 많은 건 좋지만, 그렇게 되면 내 책임이 늘어나는 건 곤란하다. 그러니깐 결론은 얼마간은 나에 서재를 갖기는 힘들 것 같다. 설사 방이 늘어난다 해도, 그건 나의 서재가 될 희망은 없기 때문이다.


지금에 만족하며 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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