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런치
리뷰를 쓰고 있는데 아이가 다가왔다.
“엄마 뭐 해?”
“응, 지금 읽는 책 재밌어서 리뷰 남겨”
“그래? 나도 보여줘 “
“응, 여기”
“에이, 엄마 아녀“
“왜? 안 재밌어?”
“살까 말까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어? “
“응, 한 개도 안 재밌고, 너무 길어”
“길면 지루하고 신뢰가 안 가”
“왜?”
“엄마가 생각해 봐~”
“길면 일단 스트레스야, 그 긴 글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없지”
“돈 받고 하는 리뷰 같아”
“헐, 충격적이야”
“난 작가의 입장에서 얼마나 소중한 글인지 아니깐.. 정성껏 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엄마 생각이지”
“독자들은 ‘좋아요’, '재밌어요' 이런 짧은 리뷰가 쌓였을 때 신뢰가 가지"
“엄마처럼 쓰면 서평단이나, 알바 같아 더 신뢰가 안 가”
“거기다 재미도 없어”
“헐, 엄마 멘붕이야”
“좋은 점은 하나도 없어?”
“응, 글 좀 쓰는 사람이네.. 싶은 생각! “
“그러니 더 의심이 들지”
“그렇구나, 그럼 엄마 이거 둘 다 삭제하고 다시 쓸까?”
“아냐 이왕 쓴 거까지는 내버려두고..”
“다음부터 짧게 쓰면 되지”
“엄마들은 해석을 자꾸 하려고 하잖아, 듣는 사람들은 팩트만 신경 써”
“특히 지금 같은 세상에"
”정성껏 쓰는 마음은 좋은데, 목적에는 맞지 않아 “
“엄마가 리뷰를 남기는 이유가 뭐야?"
"좋은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어서이지? “
“응”
“엄마 진짜 리뷰 안 쓰는 편이야”
“우리 담임 선생님 책도 리뷰 하나도 않썼어”
“이미 좋은 거 다 알고 이미 유명하니깐”
“나까지 쓸 필요 없을 거 같아서”
“그럼 엄마 궁금하게 해야지”
“알려 주지 말고”
"그냥 짧게 자주 써, 그게 더 도움이 돼"
“와~ 너 쫌 한다”
“원래 내가 엄마 보다 언어능력 검사 더 높게 나왔어”
“이번에도 나한테 졌쥬,어쩔티비 저쩔티비 엄마는 나한테 안돼쥬~”
“넌 좋겠다”
“왜?”
“너 잘난 맛에 살아서”
“와~ 우리 엄마 쫌생인 거 보소"
타인의 시선은 이토록 신선하고 명료하다. 나의 틀을 깨어 주고 넓어 주게 해 준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글을 쓰는 입장에 치우쳐 있었다. 읽는 사람의 입장을 듣고 보니 내가 쓴 리뷰들은 다 민폐이다. 부끄럽고 죄송하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독자가 읽고 싶은 글과, 내가 쓰고 싶은 글의 간극은 늘 쓰는 이에겐 고민인 주제다.
어느 날 지니가 나타나 내게 소원을 들어준다면 나는 딱 한 가지 소원을 부탁하고 싶다.
대화가 아주 잘 되는 상대와 같은 책이나 주제에 관해서 시간에 상관없이 원 없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그 공감과 소통이 얼마나 충만한 행복감을 주는지, 빵구난 마음을 메꾸고 사람을 충만히 회복시켜 주는지.
그래서 글은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토론하는 사람도, 모두 행복하게 해 준다.
나의 오늘 리뷰는 망했다. 나는 충분히 아이에 말에 설득됐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덜 네가 이겼다.
엄은 쫌생이가 아니기에 쿨하게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