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2.21/화)

어느 공황장애,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으 추워’ 뭔가 잘 못 되었다. 보일러를 누가 만졌던지, 밖의 온도가 추워졌든지.


공기가 싸날하니 움추러드는 아침이다. 당근에 올려 둔 상품이 판매가 안되길래 나눔으로 돌려놨더니 밤새 당근 톡이 두더지 게임처럼 올라왔다. 매너가 당근색이라 안타까운 밤이었다.


어제 들었던 취준생의 이야기이다. 요즘은 중견기업에서 채용공고를 잘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재직 중인 직원들에게 소개를 받아 자리를 채우는 방법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모르는 사람을 들여서 시험을 해보느니, 이편이 기업 입장에서는 득일 수 있다. 인맥으로 온 사람들은 직원을 통해 한차례의 기본 검증이 된 사람이 아닌가. 소개해준 사람을 봐서라도 열심히 할 것이고, 소개해주는 사람도 자신의 입장이 있으니 아무나 소개하기 힘들 테다.


요즘은 입사 트렌드가 바뀌어서 이력서 서식도 완전히 바뀌었다. 예전에 문방구에서 파는 검정 줄 쳐진 이력서를 생각하면 안 된다. 거의 PPT 이력서이다. 요즘 이력서에는 개성이 넘치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서식으로 가득 차다. 업종에 따라서 이력서 디자인도 다르고 어필하고 싶은 부분을 강조해도 무방하다.


기업의 정보 암기는 기본이고 면접의 뻔한 답변은 식상하다. 이제는 자기 분야뿐만 아니라 기존의 상식이 바탕이 되는 이색 있는 답변이어야 희망이 있다. 주변에 취직이 안 돼서 애가 타는 이들이 많다. 젊은 사람들도 있고.. 내 또래의 40~50대들도 있다. 경기 악화가 IMF때보다 더 심각하니 향후 5년이 걱정이다. 국제적으로 봤을 때도 상승세로 전환되기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헤아릴 수 없는 크기의 은하에 살면서도 내 앞의 현실과 주변의 고통밖에 볼 수없다. 당장 내 주변이 안정되어야 나도 숨 쉬고 주변도 살기 때문이다.


세상에 집들이 그리 많아도 내 집 한 채 마련하는데 평생이 걸리고, 세상에 음식이 남아돌아도 모두가 나눠 먹는 건 여전히 못하고 있다.


인간 세상은 그런 것 같다. 은하에선 살 수 없다. 오직 나의 별에서만 산다. 지구의 사람들이 아닌 나의 별에 초대한 지인들과만 산다. 지구의 식량이 아니라 나의 별의 음식들일뿐이다. 그러니 나의 살갗의 추위가 오늘 지구의 날씨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겠는가.


지구에는 80억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유일하다. 유일하다는 말은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일어나 유일한 그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일이 가장 소중한다. 개인의 우주가 따뜻해져야 전체의 우주도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겠는가. 개인의 우주 하나하나의 따뜻한 불이 켜지는 날이길 바란다. 당신의 오늘도 오로라 같은 사랑이 감돌기를 바라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2.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