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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2.24/금)

좋아지고 있는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나는 내가 사시나무인 줄 알았다. 하도 바들바들 떨어서. 난방을 끄고 잤더니 완전히 배드모닝이다.


루돌프도 퇴근하고 집에 가면 벽난로 집에서 따습게 쉴 텐데…


우린 집이 춥다니. 실내인데도 난방하나 껐다고 집이 이렇게 추울 수가 있구나!


어제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난방을 실험 삼아 한번 꺼봤다. 낮부터 저녁은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밤사이 내려간 온도는 금세 한기로 변했다. 22도로 한 달을 살았는데 난방비가 20만 원이 넘게 나왔다. 총고지서는 40만 원이 넘었다. 22도는 실내 온도로는 추운 온도이다. 수면잠옷을 입고 살았는데도 이렇게 나와서 너무 충격적이었다.


작년까지는 하루종일 한 달 내내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살아도 난방비가 10만 원 정도밖에 안 나왔는데.. 옷을 껴입고 살아도 이렇게 두 배가 나오면 어쩌란 말인가. 난방비 오르고 첫 달은 뭣도 모르고 작년과 동일하게 살아서 난방비만 39만 원이 나왔었다. 정말 관리비가 60만 원이 넘어가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는 라면만 먹고살으라는 말이 아닌가.


어디 나만 이럴까. 답답한 마음에 뉴스를 찾아봤다. 취약계층에는 난방은 엄두도 못 낸다는 뉴스가 연이어 올라온다.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는 사람들. 난방비 폭탄으로 시름을 앓는 보육원들..


삶이 가혹하고 아픈 이들이 너무 많다. 추위가 위장까지 쪼그라드니 움츠러든 어깨만큼 마구마구 옹졸해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가 폭등과 에너지 폭등으로 위축되는 시대이다. 국경너머에는 비명이 끊이질 않고, 배고픈 이들은 매일 맨발로 국경을 넘는다.

누군들 이 비극이 편할까. 한 사람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이다. 반면 비극을 만드는 무리들은 한 두 놈의 비정상적인 욕망에서 시작한다. 베기는 쉬우나 치유하기는 어려운 이 슬픈 현실.


현대판 상놈과 양반이 재등극하는 시대가 되었다. 조선왕조 500년 때에도 양반인 탐관오리들이 판쳤던 시대였다. 양반 계층이 성립되면 당연히 상놈이 생기기 마련. 서민들은 자연스럽게 상놈이 되어가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참극은 반드시 실현되기 마련이다. 지금 국회에서 하는 행동처럼 말이다. 양반 것들이 백성의 땔감을 거둬들이니 상놈들은 얼어 죽을 판이구나.


마음 같아서는…


“民명이요”

“탐관오리들은 민명을 받들거라 “


“현 감찰부와 사헌부와 임금은 모두 탐라로 유배를 시키고, 백성이 임명한 새 임금을 들이거라”


“전국에 암행어사 출두를 명하고, 백성에 곳간을 채우니, 삼라만상의 뜻을 펼치는 성군의 시대가 도래하였도다. 배고프고 슬픈 민초들에 집에서도 화전을 굽고 잔치를 벌이니 새 시대 새 나라가 시작되었다”


이래 말하는 시대가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에효..

혼자하는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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