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5.20/토)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상쾌한 아침이다. 요즘 서서히 다시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다. 나는 분홍약(항우울제)과의 타협점을 찾았다.


처음 약을 먹고 3일은 우울증이 호전되고 좋았다. 그 이후로는 알 수 없게 정신이 혼미해져서 단약을 시도했다. 정신을 다시 차리는데도 3일이 걸렸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우울증이 극도로 심해졌다. 과호흡까지 다시 돌아와 숨 쉴 수가 없었다.


그리곤 느꼈다. 분홍 이를 먹어야 살겠구나. 그래서 분홍약을 반으로 쪼개 먹었다. 한알씩 하루 세 번 처방되었지만 아침저녁으로 반알씩 먹다가 항불안제도 같이 복용했다. 이런.. 과호흡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원인을 알 수 없어 분홍 이를 다시 한알로 늘렸다. 하루에 한 번만 처방됐던 항불안제를 세 번 다 먹기 시작했다. 이유는 전에 하루에 세 번씩 먹으라고 주신 약을 많이 안 먹었던 것이 남아 있었다. 되도록 약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처방만 받고 남겨둔 약이 많았다. 이렇게 분홍약(항우울제) 항불안제를 하루 세 번씩 복용한 지 삼일정도 되니 조금씩 일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 몸상태가 분홍이 보다 심각한건지 분홍 이에 내성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지만 다시 정신은 혼미해지진 않는다.


아직도 아침이 가장 힘들다. 불안증이 주로 극도로 심해지는 시간이 아침인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과호흡도 어지간한 내 사상팬임이 확실하다. 이쯤이면 떨어질 때도 되었건만 아주 떠나지는 않고 있다.


다행인 건 요즘 심상이 밝다. 무언가 하고 싶어지고 미래를 꿈꾸게 된다. 녹음한 내 목소리를 듣고 배꼽 빠지게 웃고, 부끄러움을 참고 있다. 듣다 보니 내 목소리가 그렇게 극혐은 아닌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기고 나름 좋았다.


손목이 많이 아파 글을 많이 못쓰고 있지만 치료가 되리라 믿고 싶다. 할 수 있는 물리치료는 다 했는데도 안 나아서 목디스크 mri를 찍어봐야 한단다. 부디 아니기를 바란다. 또 그렇다 해도 치료가 되리라 믿는다. 임파선에 혹이 생겨 항생제를 한 달째 먹고 있는데 차도가 느리다. 그래도 이것도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라본다. 이년을 앓아누우니 여기저기에서 부속들이 삐걱되기 시작한다. 정차해 놓은 자동차가 부식되는 것 같다. 이제라도 조금씩 닦고 조이고 기름칠을 할 때이다.


내게 아주 작은 소원이 생겼다. 작다는 의미는 소중함에 크기가 아니다. 가능성의 크기이다. 이번생에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만이라도 꿈꿔보고 싶다. 기적 같은 하루를~


사실 정신과 상담치료가 많이 힘들었다. 난 긍정적인 게 아니라고 해서 생각의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과거와 현재가 날 집어삼켰다. 긍정적 , 희망적 기둥이 없는 상태에서 비극이 날 에워싸자 우울증이 극도로 심해졌다. 이젠 정신과샘말도 들을 건 듣고 말건 말아야겠다. 백 프로 믿는 버릇이 참 않고 쳐진다.


내 나름에 신념이 없는 한 나는 일어나기 힘들 것 같다. 지금껏 잘 버텼듯 난 잘 살아보고 싶다. 살아생전에는 이룰 수 있을지 모를

행복한 꿈도 꾸면서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5.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