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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열정을 돌리도

글을 배우고 느끼는

by 이음

현재의 나는 가진 것보다 잃은 게 많다.


통증으로 인해 나는 열정을 잃었고, 인내를 잃었다. 생활을 잃었고, 시간을 잃었다. 건강을 잃었고, 기회를 잃었다.


나는 삼 년 전 글쓰기 공부를 잠시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처음이라 짧은 세줄 쓰는데도 하루가 걸렸다. 그리곤 짧은 주제의 글을 쓰는데도 세네시간이 걸렸다.


삼 년이 지난 지금에도 서너 시간이 걸린다. 중간중간 글쓰기를 멈추긴 했어도 글에 분량은 꽤나 쌓여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기하나 쓰는데 세네시간이 걸린다면 심각한 게 아닌가.


왜 늘지 않는 걸까?


왜 시간이 줄지 않는 걸까?


덜렁이는 성격에 아직도 문법도 맞춤법 수정도 완전하지 못하다. 눈이 빠지게 보는데도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정말 이상하다.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열정이다.

열정이 살아나면 모든 걸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열정을 되살리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 세이럽 TV에서 의뢰가 왔을 때 잠시 열정이 타올랐다. 그 설렘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환희였다.


글을 쓰고 녹음하는 스트레스는 좋은 스트레스였다. 그 불꽃을 지키려고 얼마나 호호 불고 애태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불씨가 벌써 식어가고 있다. 휘적휘적 장작들을 들춰보지만 살아 있는 불씨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절망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절망스럽다.

뜨거운 나를 식혀 버리는 우울증이 밉다.

나는 뜨겁고 싶고, 타오르고 싶다.


예전처럼 일주일씩 밤을 새우고 일하고 싶고, 변호사 없이 싸워 승소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나는 일도 좋아했고 잘했다. 부지런했고 밝은 사람이었다.


지금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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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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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이라도 되찾고 싶다. 나의 뜨겁던 열정 하나만이라도.


잃어버린 이 눔을 어디 가서 다시 데리고 온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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