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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3년 기록

소소한 행복

2023년 기록

by 이음

‘1225 헤어’라니 내 폰 번호와 같다. 어데서 이런 기특한 상호를 지었을꼬. 이런 사진을 찍으면 어릴 때 기분이 나서 좋다.


나는 성탄절을 좋아한다. 성탄 축제도 좋고, 트리도 예쁘다. 캐럴이 울리면 세상에 모든 불행들이 도망가는 거 같다. 이 날 만큼은 세상에 아픈 사람들도 아주 잠깐은 행복하지 않을까. 그래서 핸드폰 번호를 성탄일로 지정했다.


난 아직도 길을 가다가 친구 이름과 동일 상호를 보면 사진을 찍고 싶다. 그게 뭐라고 그 순간은 잠시라도 행복해진다.


소소한 행복을 매일 경험하는 게 중요한데 요즘은 그게 잘 안된다.


나의 작은 행복은 매일 책 읽기이다. 그게 제일 빠르기도 하고 가성비도 좋다. 그런데 요즘은 책을 못 읽은 지 며칠 되었다.


700페이지가 넘는 책이 날 째려본다.


”언제까지 니 머리 냄새만 맡게 할 거야? “


”미안, 니가 중복된 부분들도 많고.. 초큼 어렵고.. 요즘 눈에 잘 안 들어와 “


”쳇, 기분 나빠. 내가 얼마나 지성체인데 “

“니 수준이 그렇다면야 할 수 없지”

“그럼 나도 다른 애들처럼 책장에 우아하게 꽂아줘 “


”안돼, 원래는 이번달까지 다 읽기로 나랑 약속했어 “


”3일이나 나를 널브러 놓고, 내가 인테리어 소품이야”


“미안, 넌 소품이 될 만큼 예쁘진 않아. 히히히“


”너 싫어 “

“나 꽂아줘”


“그래도 난 너 좋아, 네가 내게 해줄 말이 많다는 거 알아. 그러니깐 초큼만 기다려, 응?뚱뚱아”


“뭐라고 뚱뚱이라고, 시방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어? 너 지금 도권 침해했어. 지금 당장 교보문고에 신고할텨”


700페이지 책을 언제 다 읽나. 아직 300페이지도 다 못 봤는데 말이다.


꼭 해야 할 일과 하면 좋은 일들이 조화로우면 좋은데 요즘은 꼭 해야 할 일 밖에 못하고 있다.


그럼 오늘은 딱 한 장만 읽어볼까?


그려,


한 장이면 어뗘,


첫술부터 배부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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