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통
봄이 되기도 전에 길모퉁이와 하천가로 고개를 들고 반가이 맞이해 주는 들꽃이 있다. 나도 모르게 해마다 같은 꽃을 다른 곳에서 찍는 습관이 생겼다. 엄지손가락 첫마디만 한 것이 어찌나 귀엽게 올망졸망 나와 노는지 해마다 인사하게 되었다. 꽃 이름이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개불알풀이라고 한다. 예쁜 꽃 이름으로는 민망해 보였으나 꽃의 열매가 개의 고환을 닮았다고 해서 개불알풀이라고 한다.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꽃이라고 해서 봄까치꽃이라고도 한다. 나물 무침이나 된장국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항암 효과와 항염 효과가 있어 한방에서는 귀하게 쓰인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봄 까치 같은 친구가 있다.
가장 먼저 안부를 물어주고, 어디에 살든 본인이 오겠다고 하는 친구다. 나의 자취방을 놀러 왔다가, 마음이 아팠다며 필요한 걸 사라고 서랍 속에 봉투를 넣어두고 떠났다. 집 없는 자취생으로 2년마다 이사를 하는데도 그때마다 와주었다. 우리는 멀리 살아 자주 볼 수는 없지만 해마다 만나면 밤을 새우고 헤어지기 일쑤였다. 결혼 전에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친구의 집에 가서 친구의 시어머님과 밤새 얘기를 하며 치킨을 먹을 만큼 우리는 격 없이 가까웠다.
어떤 친구는 만나면 늘 내가 밥을 사고, 어떤 친구는 만나면 늘 자기가 밥을 산다고 우긴다. 세월을 지나 보니 나를 의지하는 친구와, 내가 의지하는 친구가 구별되기 시작했다. 보통 나를 의지하는 친구는 내가 밥도 사고 커피도 사며 친구의 하소연을 듣다가 끝이 난다. 내가 의지하는 친구는 한 명이 밥을 사면 한 명은 커피를 사고, 서로에게 공감으로 시작해 격려로 끝이 난다. 나는 갑자기 내가 한탄하는 친구가 아니었을까 싶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봄까치꽃에게는 내가 의지하는 친구였다. 어디에서나 소리 없이 피어나 나를 반겨 주었다. 사람에 이롭기까지 한 친구는 소박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길모퉁이의 그늘을 걷어낸다. 작년부터 우리는 격려하는 친구로 바뀌었다. 나는 꽃의 이름을 불러주었고, 알아봐 줄 수 있게 되었다.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따뜻한 눈인사를 건넬 수 있는 단아한 친구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