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6.27/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우울증_눈부신 아침>
햇살이 맑게 내리쬔다. 방안을 반쯤 덮어 버렸다. 잠들기 전에 유산균, 밀크씨슬, 홍삼을 먹고 잤다. 역시 효과가 최고다. 5시에 속이 쓰려 또 일어났다. 양배추즙을 두 개 호로록 마시고 다시 잤다. 그러고 나니 아침 컨디션은 회복됐다. 오늘은 신이 주신 축복의 날이다. 신의 가호가 닿았다.
나는 요즘 이 고민을 가장 많이 한다. 성취감을 얻을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그걸 찾으면 나를 다시 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우울증도 조금씩 도망갈 거 같고. 다시 튼튼해질 거란 생각이 든다. 문제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하루. 누군가에게는 일초가 아쉽고 바쁜 오늘. 나에게는 그냥 그런 하루. 나는 그 시간이 참 아깝다.
큰 욕심도 내지 말고, 작은 욕심이어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매일 하기는 벅차니.
아주 아주 작은 거라도 성취감을 얻을 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하고 싶은 거보단 꼭 해야 하는 의무가 뒤따랐으면 좋겠다. 그래야 버티고 해낼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아주 멀쩡한 일반인 같다. 원래 이런 병이었나? 전혀 예측불가이다. 그런 병인 지는 알았지만 진짜 변덕이 심하다. 이러다 갑자기 공황이 오고 과호흡이 오니 말이다. 그렇다고 떨고만 있을 수도 없다. 그게 어디 사람이 사는 삶인가.
오늘은 하루를 통째로 일반인으로 허락하신 건가? 그런 줄 알고 나갔다가 갑자기 실신할까 봐 겁나기도 하고, 이 좋은 날을 다 날릴까 봐 아깝기도 하다.
어제 벌레 먹은 장미를 봤다.
“넌 꼭 나 같구나”
“너도 아프겠다”
“근데 넌 당당히 활짝 다 피어 있네”
“웅크리지도 않고, 약도 안 먹고”
“내가 너보다 못하다. 그지?”
꽃만큼도 못한 모기 같은 목숨에 안절부절을 못하는 인간. 하루살이나 벌레 먹은 장미나 나나 뭐가 다를까. 숨 쉬고 생명이 붙은 똑같은 생명체들 인 것을
나도 그들처럼 살고 싶다.
삶을 의연히 받아들이며,
고통을 삶의 일부로 함께하며.
꽃이 나보다 득도한 듯싶다.
순리데로 살아서겠다.
그렇담
인간의 순리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