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호흡 재발이 가장 심했고요. 그럴 때마다 명치에서 뭔가 알 수 없는 고통이 막 올라오고요. 절규에 가깝게 눈물이 계속 나왔어요 “
“두통도 너무 심하고, 죽고 싶다 보다는 쉬고 싶다는 생각, 지친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
“왼쪽 얼굴에 마비 같은 경련이 오더니 몇 분 있다가 오른쪽도 왔어요 “
“꼭 마비 같았고요. 얼굴 반씩 따로따로 왔어요”
“막 소리도 지르고 싶었고요. 진짜 두 번은베개에 대고 소리도 질렀어요 “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요. 진짜 미칠 거 같은 기분이 자주 들었어요 “
“명치에서 뭔가 회용돌이 치는데 이게 고통인지, 감정인지 모르겠어요”
“불안장애죠. 뭐..”
“경련은 왜 난 걸까요?”
“불안장애니깐요. 분출이 안 돼서 그렇죠 “
“소리 지르고 싶고, 답답하고, 머리 아프고, 경련 나는 것도 다 똑같아요 “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그냥 다 불안장애 증상이에요”
“네…”(이런 말은 나도 하긋넹)
“또 다른 거는요?”
“수면제를 안 먹고 자보려고 해 봤는데요 “
“수면안대하고 새벽 네시까지 그대로 있었어요. 그냥은 잠이 안 와요”
“네..”
“또”
“안정제가 내성이 생긴 건지 불안이 심할 때는 한알 가지고는 진정이 안 돼요. 반알 은 더 먹을 때도 있습니다 “
“아, 약은 더 처방 못합니다”
“지금 저희 병원에서 드릴 수 있는 최대치예요”
이런 모범 병원이래요
“네, 약 더 달라는 건 아니고요”
“증상이 그랬다고요”
“이 약 가지고 안되시면 입원하셔야 해요 “”다른 분들은 이 정도면 다 버티시거든요”
“네..에“
(아, 뭔가 기분 나쁨)
사람마다 다른 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좀 그렇더라고요. 뭐 엄청난 위로를 바란 건 아니지만 퉁명스러운 말투와, 상투적인 대답이 좀 심드렁했어요. 툭하면 입원해야 한다고 하시면 더 불안하잖아요. 선생님은 참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시는 스타일이시구나 했습니다.
“선생님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명치에 뭔가 뭉쳐 있는 고통이 굉장히 힘든데요.. 이게 뭘까요?”
“전 이 감정을 모르겠어요?”
“오늘도 약 똑같이 이주드렸고요 “
“이 주 후에 뵐게요”
“아, 네..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오늘 또 동상이몽이었어요.
너무 뻔한 대답.
처방에 급한 면담.
한편으론 이해되면서도 한편으론 대답도 안 해주시는 선생님이 야속했어요.
인사를 하고 나오니 1년을 다니면서도 환자들이 꽉 찬 모습은 처음 봤어요. 제가 진료를 받고 나오니 그렇게 많이 와 계시더라고요.
몸을 지탱하기도 힘든 분들이 벽을 잡고 서서 버티시는 걸 보며 선생님이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