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7.5/수)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우울증_ I'm good>
오늘도 어제저녁만큼 컨디션이 괜찮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 안에선 일어설 힘이 다시 생긴다. 운동을 강제로라도 끊어준다던 언니들이 예약해 둔 곳으로 시간 맞춰 상담을 다녀왔다.
상담하러 갔는데 한 시간도 넘게 체험을 하고 오게 됐다. ‘차크라, 명상, 타로, 싱인볼, 아로마, 요가‘는 다 내가 아는 분야였다. 그러나 나는 사이비 정도의 수준이었다.
실제로 경험해 보니 세신을 돈 내고 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정말 그 가치를 충분히 한다. 나는 딥티크 향을 좋아한다. 향에 많이 민감한 편이라 까탈스러운 편이다. 하지만 이곳의 아로마 향들은 모두가 다 힐링되고 좋았다. 저렴이 아로마랑은 차원이 달랐다. 아로마 치료를 하다가 울음이 터져버렸다.
오른쪽부터 ‘과거, 현재, 미래’ 형이다. 이에 맞는 세 가지 아로마를 썩어서 손목과 귀뒤, 정수리, 턱끝, 이마라인에 발랐다. 양손을 비비고 멀리서부터 호흡을 하며 가까이 가까이 호흡의 거리를 좁혀갔다. 이때 알 수 없는 해방감이 들면서 내 안에 억눌렸던 무엇들이 스르르르 빠져나갔다. 가슴이 시원해지고 다른 세상에 온 듯이 정신과 눈이 맑아졌다.
이때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아, 어쩌면 살 수도 있겠다”
“희망이 없는 게 아니네 “
“이제부턴 진짜 치유의 시작인가? “
“다른 세상이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바쁜 날이다. 처리해야 할 일이 많지만 오늘도 씩씩히 해냈다. 왠지 겁이 나지 않는다.
내면에 힘이 생기는 느낌이 든다. 정신과 샘이 들으시면 서운하시겠지만 정신과보다 훨씬 힐링이 됐다.
역시 치료는 역할이 다 다르다는 걸 느꼈다. 정신과는 신경적 치료를 받고, 내적인 것은 다른 곳에서 치유를 받아야 한다. 자신에게 맞게 말이다.
산다는 게 참 우습다. 하루에도 몇 번을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죽을 거 같다가, 금방 웃게 되는 얇디얇은 얄궂은 삶.
습자지 같은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데 참 오래도 걸렸다. 습자지가 속을 다 비치는 이유는 품어내고, 다시 비춰내라는 이유인가 보다.
그러니 짊어질 것도 없이 그저 사람들과 비슷하게 희미하게 어울리며 살면 된다.
내가 당신인 듯,
당신이 나인 듯
그렇게 살다 보면 쌓아놓을 것도 없고,
쏟아내야 할 것도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