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7.17/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우울증_상심하지 않고 나아가는 법>
어제 나갔다 왔다고 오늘은 오후 세시반까지 잠들었어요. 물론 ‘아침, 점심, 약, 밥‘도 다 안 먹고요. 분명 어제는 멀쩡했는데 몸은 힘들었나 봐요.
불안장애, 우울증이 참 그래요. 희망고문이 따로 없는 병이에요. 좀 좋아졌다 싶으면 금방 살 것 같다가, 또 예측할 수 없는 때에 고통으로 돌아와요. 그래서 이젠 좋아지더라도 안심이 되진 않아요. 지금까지의 반복으로 인한 상심이 너무 크거든요.
어제 이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작가님과 통화를 했어요. 그분 말씀이 좋아졌다 다시 돌아가는 거에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삶이 어떻게 한 번에 쭉 이루어지냐고요.
“두발 나아가면 한발 뒤로 물러 날 수도 있어요”
“또 한발 앞으로 가면 되죠”
전 이 말이 참 힘이 되더라고요. 마침 상실감에 휩싸여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젠 좋아졌다는 말하기도 어려운 거예요. 오늘도 너무 무탈한 컨디션이 오히려 불안했어요. 머리만 아팠지.. 이 정도면 아주 괜찮은
오후였거든요. 저녁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두 손이 벌벌 떨리고 불안감이 공포처럼 온몸을 덮어왔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공황장애 같아요.
아이에게 상 차리기만 부탁을 하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호박전을 마저 부쳤어요. 양배추 샐러드를 만들어 얼른 상에 놓고는 식사를 먼저 하라고 했죠. 저는 급히 저녁 안정제와 우울증 약을 먹었어요.
그리곤 또 그 생각이 드는 거예요.
“아, 역시 회복이 쭉 가지는 않는구나…”
그래도 할 수 없죠. 제가 오늘 아이에게 따신 밥을 차려 줬다는 게 중요한 거죠.
매일 한걸음만이라도..
괜찮아요.
때론 반걸음 뒤로도,
괜찮아요.
늦더라도,
조금씩,
나아가고만 있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