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7.28/금)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우울증_애도란 착각>
참 신기하죠. 전 어제 사경을 헤맬 정도로 아팠거든요. 줄초상 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침부터 온 식구가 주물러 주고 약이란 약은 다 먹이고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죠. 그렇게 몇 번 까무러졌다 일어나니 오후 4시예요. 그때부터 조금씩 정신이 돌아왔어요.
맨날 아픈 내가 너무 미안해서 남편에게 그만 헤어지자고 여러 번 얘기했어요. 그런데 전혀 미동이 없네요. 우울증 환자는 내가 민폐라는 거를 견디기 정말 어렵거든요. 안 그래도 어려서부터 엄마가 아픈 거를 많이 보고 자라서 가족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거든요. 전 이혼하면 스위스나 가려고 했죠.
참 어렵네요.
남편이 나이 들어 철이 들려나 봐요. 젊어서는 너무 착해 속을 그리 썩였어요. 이제는 은혜 갚는 까치가 되려는지 더 까매지고 있어요.
어제는 남편의 휴가 마지막 날이었어요. 저녁을 맛있게 먹는데 참 이질감이 드는 거예요. 어떻게 인간이 타인의 죽음에 애도란 감정을 논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전날까지만 해도, 아니 몇 시간까지만 해도 일어나지도 못하게 온몸으로 느꼈던 고통이었는데..
어떻게 밥 숟가락을 들고 웃기도 하고 있을까. 내가 착한 척하는 이중인격인가, 아님 위선자인가, 아님 소시오패스인가…
지금은 애도 기간이잖아?
그것도 우리는 가까운 조카들인데 말이에요. 부모가 돌아가셔도 밥 숟가락을 들겠죠. 자식이 떠나도 수저들 들며 말할 거예요. 내가 버텨야 남은 새끼들을 지킬 수 있다고요.
애초부터 인간은 슬픔을 애도라 착각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애도란 슬프다는 뜻이지만 ‘슬픔은 마음과 정신적인 고통이고, 애도는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슬퍼하고 아파하는 기간이란 뜻이잖아요 ‘
인간은 오직 생명 유지를 위한 프로그래밍 밖에 되어 있지 않은 거죠.
밥을 먹으며 웃고 대화하는 가족들과 나를 보면서 나의 이질감과 인간에 이중성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어요. 전 만약에 장례식장을 갔으면 통곡을 했을 거예요. 그런데 장례식장에서는 우시는 분이 아무도 없었다네요. 제가 울었으면 제가 첩인 줄 알았겠어요. 그리곤 또 다음날 밥을 뜨겠죠. 전 이런 부분이 잘 이해가 안 가요. 일관성이 없는 제가요. 그런 세상도요. 또 그런 인간도들도요. 꼰대죠. ㅎㅎㅎ
잘 모르겠어요. 다들 이해가 안 가는데 그냥 넘어가고 사는 건지, 아님 제가 예민한 건지, 아님 제가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건지요.
살면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예민하다는 말이에요. 화는 제가 제일 안 내는데도요. 딴지는 다 다른 사람들이 걸면서도 가만히만 있어도 예민하데요. 요건 쫌 억울했어요.
그다음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생각이 많다는 말이에요. 고건 인정해요. 전 궁금한 건 거의 찾아보고, 물어보는 성향이에요.
음~ 그리곤 약속하는 걸 싫어해요. 약속을 하면 지켜야 하는 성격인데, 약속을 지켜서 좋은 경험을 한 적이 없어요. 늘 손해였어요.
평상시에는 댕댕이처럼 순한데 일할 때는 얄짤 없어요. 냉동실 아이스팩 같아요.
어? 저 왜 갑자기 고해성사를 하고 있죠. 이제 일기도 삼천리로 빠지네요. 식빵은 세탁실에, 참외는 욕실에, 청소기는 현관에, 책은 찬장에.. 요즘 진짜 왜 이러나 몰라요.
암톤..
오늘의 응원 노래는~
달려라 달려 작가님들
날아라 날아 작가님들
지각은 하루를 불편케 하니
온 힘을 다해 날아가봐요
지하철 뚫고 신호도 뚫고
모든 걸 이기고 정시에 도착
틈틈이 메모, 틈틈이 작성
브런치에서 만나요 작가님들
멋지게 써요, 신나게 써요
무적의 우리 친구 작가님들~~
싸랑합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