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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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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Oct 12. 2023

입이 굼실굼실한 택시기사 아저씨

수필통

어딜 다녀오느라 택시를 탔습니다. 그때 택시 라디오에서 '검사 탄핵 소추안 가결'이 흘러나왔어요.


갑자기 흥분한 택시 기사 아저씨께서 목청을 드높이며 라디오에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하시더라고요.


"멀쩡한 검사 정직한 검사는 다 잡아가 뿔고 이제 무사 와서 누가 이정부에서 대통령님을 지키고 여당을 지키겠는교"


"나 참 X부럴 드르분 세상, 드르분 미친 민주당 놈들 새끼 싹 다 잡아뿌러 삼천 교육대에 쳐 넣어뿌야는데..(뒤를 돌아보며, 무언의 동의를 구하며)  아.. 씨.. 세상 어찌 될라꼬 이래 천지삐까리 멍청이들 세상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더"(또 뒤를 돌아보며)


전 그냥 동의하지 않기에 살짝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환갑은 훨씬 넘어 보이시는 분과 정치이념 분쟁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분의 삶의 시간과 신념의 바탕을 제가 여타부타 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연세 동안 얼마나 많이 보고 듣고 하시고 싶은 말이 많으실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전 전혀 그분에게  감정 동요가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뻘쭘한 기사님은 '우회전할까 예?'하고 물으셨고, 전 '네, 우회전하고 좌회전해서 담벼락 끝에서 내려 주세요'했습니다.


그리곤 내릴 때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바랄게요' 인사를 드렸지요. 그랬더니 기사님은 환하게 웃으시면 '명절 잘 보내세요.' 하셨어요.


신념을 빼고 만나면 이웃인데 신념을 세우고 만나면 적이 되고 편이 갈라질 수밖에 없는 세상 같아요. 신념과 정의는 답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각자의 선택과 책임일 뿐이지요.


세상이 팍팍하니 감성이 가물고 삶이 많이 건조해졌습니다. 그래서 범죄 뉴스도 더 많이 나오는 거 같고요. 그럼에도 찾아보면 당신과 저의 삶에 그늘이 어디 있지 않을까요.


먼저 찾으시면 아시죠?


바로 가위바위보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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