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다녀오느라 택시를 탔습니다. 그때 택시 라디오에서 '검사 탄핵 소추안 가결'이 흘러나왔어요.
갑자기 흥분한 택시 기사 아저씨께서 목청을 드높이며 라디오에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하시더라고요.
"멀쩡한 검사 정직한 검사는 다 잡아가 뿔고 이제 무사 와서 누가 이정부에서 대통령님을 지키고 여당을 지키겠는교"
"나 참 X부럴 드르분 세상, 드르분 미친 민주당 놈들 새끼 싹 다 잡아뿌러 삼천 교육대에 쳐 넣어뿌야는데..(뒤를 돌아보며, 무언의 동의를 구하며) 아.. 씨.. 세상 어찌 될라꼬 이래 천지삐까리 멍청이들 세상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더"(또 뒤를 돌아보며)
전 그냥 동의하지 않기에 살짝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환갑은 훨씬 넘어 보이시는 분과 정치이념 분쟁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분의 삶의 시간과 신념의 바탕을 제가 여타부타 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연세 동안 얼마나 많이 보고 듣고 하시고 싶은 말이 많으실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전 전혀 그분에게 감정 동요가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뻘쭘한 기사님은 '우회전할까 예?'하고 물으셨고, 전 '네, 우회전하고 좌회전해서 담벼락 끝에서 내려 주세요'했습니다.
그리곤 내릴 때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바랄게요' 인사를 드렸지요. 그랬더니 기사님은 환하게 웃으시면 '명절 잘 보내세요.' 하셨어요.
신념을 빼고 만나면 이웃인데 신념을 세우고 만나면 적이 되고 편이 갈라질 수밖에 없는 세상 같아요. 신념과 정의는 답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각자의 선택과 책임일 뿐이지요.
세상이 팍팍하니 감성이 가물고 삶이 많이 건조해졌습니다. 그래서 범죄 뉴스도 더 많이 나오는 거 같고요. 그럼에도 찾아보면 당신과 저의 삶에 그늘이 어디 있지 않을까요.
먼저 찾으시면 아시죠?
바로 가위바위보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