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10.29/일)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오늘은 무척 무거운 아침이다. 한숨도 못 잤다. 어젯밤에 지인이 삶에 방향을 잃었다는 연락이 왔다. 아무런 위로도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과정에 꼭 보답을 해 주는 게 삶은 아니다. 그럼에도 오랜 노력 끝에 고비를 맞으면 꺾이고 공허할 수밖에 없다.


삶은 늘 그랬다. 시작부터 불공평하고, 기준이 없고 출발점이 달랐다. 그걸 태생부터 겪으면서도 인간은 자꾸 망각한다.


망각해야 살 수 있기에...


이미 그는 동굴에 들어가서 이세상말이 더는 듣고 싶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을 테다.


나는 그 얘기를 듣는데.. 내 가슴도 쿵하고 절벽에 같이 떨어졌다. 가슴이 두 동강 나듯이 나도 혼란에 같이 휩싸였다. 그에 대한 걱정과 세상에 대한 애석함이 물밀듯 밀려왔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 '삶에 방향을 잃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필요하니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고 말이다.'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음을 아는데도 나도 같이 사시나무처럼 마음이 흔들린다. 나의 불안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삶은 늘 테스트 같다. 하나 해결하면 또 다음 문제를 안겨준다.


무슨 믿음이 그리 부족해서 평생이 방탈출인가. 이제 고마해라. 내 마이 지쳤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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