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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녜스 May 25. 2022

떡 뻥이 이 세상에 없었다면...

지구종말론 비슷

떡 뻥은 떡을 튀긴 뻥튀기를 의미한다. 기름을 이용하지 않고 열로만 튀긴 뻥튀기. 생후 6개월 정도 지난 아기들이 먹는 간식이다. 어른인 내가 먹어도 맛있는 마성의 간식.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떡 뻥이 이 세상에 없었다면, 세상은 이렇게 순조롭지 못했을 것이다. 최소한 나와 우리 가족의 세상은. 


물론 시대마다 혹은 나라마다 떡 뻥을 대체하는 아기 간식이 있다. 내가 아기였을 때는 거버(미국 수입 아기 전용 간식)였고, 우리 엄마가 아기였을 때는 고구마를 삶아 말린 것을 먹었다고 한다.


6개월 정도면 이유식을 작하게 되는데 아기들은 이때부터 분유나 모유 외의 음식들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아기들이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터미 타임은 무난히 해내고, 기는 것까지 마스터하면서 어느덧 스스로 앉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매우 대견하다. 이유식을 먹일 수 있으려면 의자에 앉아 있을 만큼 허리 근육도 발달해야 한다. 자, 본색을 드러낼 준비는 모두 마쳤다.


아기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아기는 6~7개월 사이에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선비에서 돌고래로 변신했다.


건강해서 그런 거라지만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려 했고, 호기심 대마왕이 되어 툭하면 삑삑 소리를 질렀다. 좀 이따가 이제 걷게 되면 저지레 세계가 열린단다. 신박한 그 세계가 매우 기대된다. (반어법)


전문가의 조언대로 만 24개월 전에는 영상 노출을 안 하기로 굳게 다짐한 터라 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한정된 수단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수단 바로 떡 뻥이다.


이 아기 돌고래가 자신의 의지와 생각이라는 것을 갖게 되면서 그 목청이 더 커진다. 돌고래를 진정시키기 위한 나의 분주함도 제로 자란다.


아기의 모든 요구사항을 다 맞춰 드릴 수(?) 있으면 제일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내 몸은 하나이고 육아는 아기 돌보기 이상의 것들을 필요로 한다. 훌륭한 엄마가 되는 일은 언제나 맘처럼 쉽지 않다. 설거지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기타 등등. 외출 시에는 카시트에 태운 채 이동을 해야 하기도 는데 아기는 잠시지만 방치될 때가 있다.


이 모든 상황에서 아기는 지루함을 느끼다가 짜증을 낸다. 이때 아기를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의 니즈를 악하고 해결해주는 것. 그 니즈를 당장 해결해줄 수 없다면 생떼의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떡 뻥이다


아기를 낳기 전에 맘 카페에서 떡 뻥을 처음 보고 저게 뭔가 했는데 이런 신세계를 열어주는 육아 템일 줄이야.


아쉽게도 가격이 만만치는 않다. 유기농으로 만들어지고 이런저런 자격들을 갖춘 곳에서 생산되었다는 이유로.


만들어 먹일까도 했지만 떡 뻥을 만들 시간과 능력이 되지 않는 워킹맘의 한계에 부딪혔다.


'오늘도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구나, 우리 아기와 나의 삶의 (향상도 아닌) 유지를 위해. 제발...'


다짐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곤 한다.


말썽꾸러기 아기를 키우는 엄마로서 떡 뻥을 창조현재 만드는 모든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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