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아이 언어 다루기
우리 아이만 특이점이 오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나만 아이의 언어를 기록하는 엄마인 것도 아닐 터.
하지만 그 순간에 그 말을 한 건 우리 아이 뿐일 테고
그 순간에 웃는 나를 만들어준 그 언어를
여기에 옮겨 적는 엄마는 나 뿐일 터.
그래서 쓰는 너의 언어.
"엄마. 그런데 왜 모든 사람은 잠을 잘 때 안 깨어 있어?"
아.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그동안의 질문 유형은 이랬다.
- 엄마, 휴지가 뭐야?
- tissue
- 갑자기가 뭐야?
- suddenly
인정한다. 아이의 질문에 남들보다 쉽게 대답해왔음을.
이미 영어로 아는 것들을 한국어로 몰라서 물어보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런데 저런 류의 질문은 매일 찾아오지 않아서 당황했다.
보자보자... 우리가 잠을 잘 때 깨어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자고 있으니까?
"엄마, 왜 말한 것은 다시 입으로 집어 넣을 수 없어?"
최근에 만화를 많이 보더니만 만화적인 상상을 한 모양이다. 나도 이젠 당황하지 않는다. 익숙하진 않더라도 당황하지 않을 순 있다. 나의 대답은 이랬다.
- 우와! 멋진 생각을 했네. 말한 것을 다시 입으로 와구와구 집어 넣어서 말하지 않은 것처럼 만들 수 있으면 어떨까?
- 엄마, 나는 내가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
- 그것도 좋지만 이미 한 말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도 멋진 거야. 이미 말한 것을 다시 먹을 수 없으면 '미안하다'거나 '취소할게'라든가 '이 말은 안 했어야 됐는데.' 등등등 다른 말들을 해볼 수도 있고.
이야기를 조금 더 하다보니 아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얼마 전에 코로나 확진이 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코로나에 감염된 것을 우리 아이가 알고 있던 상황이었다. 확진 후, 그 친구가 격리로 인해 학교에 오지 않은 첫날. 다른 친구들이 이 친구가 왜 안 왔는지 궁금해해서 자기가 한 친구에게만 이렇게 말했단다.
- (귓속말) 이건 비밀인데.. 걔 코로나 걸려서 학교에 안 온 거야.
이 이야기를 들은 내가 조금 찡그리며 '그걸 비밀로 해줘야지, 네가 먼저 친구들한테 말하면 어떡해'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말한 것을 다시 입으로 집어 넣고 싶었던 것이다.
며칠 뒤, 아이가 마음이 풀릴 소식을 들려주었다.
- 엄마! 엄마! 이제 그거 비밀 아니야! 다른 반 A랑 B가 걔한테 전화했는데, 자기 코로나 걸렸다고 말했대! 그래서 학교 아이들이 어차피 다 알게 되어버렸어!
모든 아이들이 다 알게 될 때까지 죄책감에 지옥(?)길을 걸었을 우리 아이.. 견뎌내느라 고생했어.
아이가 속앓이를 하고 나면 좀 성장한 거 같은 느낌일 줄 알았는데 다음 질문을 들어보면 아직 아닌가보다.
"엄마, 왜 모든 사람들은 생일에 태어나? 다른 날에 태어날 수 없어?"
- 어. 없어.
가끔 나는 단호하고 싶을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