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는(만 7세) '허겁지겁'을 처음 들으면
허벅지와 관련된 말인가, 혼자 생각하다가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어느 순간 알게 되면 (꽤 늦다)
그제야 나에게 질문을 한다.
- 엄마 허벅지겁이 뭐야? 난 허벅지가 겁이 나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닌 거 같아.
처음부터 물었으면 혼돈스러운 일들은 안 겪어도 되었을 텐데 질문이 느린 아이이다.
그러면 이 아이는 '상반기'는 뭐라고 이해했을까?
'상받기'로 이해했다.
상반기는 상을 받는 것과 관련되었다고 믿고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반기라는 낱말이 아이 앞에 나타난 것이다.
- 엄마 내가 상반기는 알 거든?(거짓부렁..) 근데 하반기는 뭐야?
질문을 부끄러워한다기 보다는
이런 귀여운 생각들이 나에게 큰 웃음으로 다가와서
자기가 뭘 물어봤을 때
어우야 너무 귀엽다! 하면서 깔깔깔 웃는 게 자기는 싫단다.
남들이 자기의 말실수를 듣고 웃는 것도 싫단다.
귀여워서 웃는 거지만 이 아이는 고양이 강아지만 귀엽지
말실수가 귀엽다는 건 이해하지 못한다.
외국에서 태어나고 외국에서 자라다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야! 너 영어 해봐! 하는 것도 싫단다.
(이건 90년대 초등학교에서도 그랬었는데 아직도 그런다고..)
하지만 영어로 사고하고 꿈 꾸는 아이라서 발생하는 귀여운 일들은
도무지 여기 적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영어 해보라고 하는 사람들과 다른 게 뭐냐 흑흑 미안)
예를 들면 이런 거.
- 바이킹 혼자 탈 수 있겠어? 엄마는 어지러워서 같이 못 탈 거 같아.
- 엄마! 이건 나에게 Signal 먹기지.
그렇지.. 시근죽[식은죽]은 몰라도 시그널은 아는 아이이지 너는.
요즘엔 한국살이 2년 차에 가까워지면서
한국어를 갖고 노는 지경에 다다랐다.
아이의 반 이름이 크라운반인데
내가 왜 한국학교의 한국학생들이 있는 반 이름이
한글이름이 아니라 영어이름이냐고 따지자
- 엄마 그러면 우리반이 와앙관반이었으면 좋겠어? 말이 안 되잖아.
왜 세 글자에 집착하는데....?
사진출처: 사진 잘 찍는 미국언니 Lisa Kelley facebook